대출자 몰래 금리올려 성과급 잔치… ‘막가는 농협’에 고객 700여명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일 03시 00분


가산금리 2.5→4%대 올려… 과천농협 47억 부당이득

지역 단위농협 임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수법으로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해당 단위농협은 이렇게 얻은 이득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대출자 동의를 받지 않고 가산금리를 인상해 약 47억 원의 이자를 더 받은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 등)로 과천농협 김모 조합장(57) 등 임원 3명을 구속하고 다른 임원 7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과천농협은 2009년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결정으로 대출금리를 내려야 했지만 임의로 가산금리를 2.5%에서 4%대로 올려 부당이득을 챙겼다.

보통 금융기관은 금통위가 정한 정책금리 등에 일정한 금리를 더해 최종 대출금리를 정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과천농협이 고객 모르게 금리를 올리면 해당 고객은 영문도 모른 채 꼬박꼬박 추가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본 사실도 모르는 고객이 많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조합원 및 일반 고객은 700여 명에 이른다. 피해계좌도 1000여 개다.

검찰 조사 결과 과천농협은 2009년 수십억 원의 적자가 불가피했지만 가산금리를 올려 이자를 더 받아내면서 18억 원가량의 흑자를 냈다. 이런 경영성과에 따라 조합장을 포함해 80여 명의 임직원에게는 100%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또 김모 조합장은 ‘흑자경영’을 이뤄낸 때에 맞춰 조합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말 과천농협 불법영업과 관련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지난달 18일 과천농협을 압수수색해 전산자료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고 불법영업을 주도한 임원들을 소환조사했다. 김 조합장 등은 검찰에서 혐의 사실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가 일부 대주주의 개인적인 비리가 원인이라면 과천농협은 정상업무 과정에서 이뤄진 기관 차원의 범죄 행위”라며 “농민과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금융기관으로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안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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