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율 담합 16개 생보사에 3653억 과징금

  • 동아일보

주도한 3개 대형사 자진신고
절반 면제 전망… 형평성 논란

공정거래위원회가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등의 이율을 담합한 16개 생명보험사에 365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담합을 주도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대한생명 등 소위 ‘빅3’ 생보사들은 ‘자진신고 면제(리니언시)’ 제도로 과징금을 대부분 면제받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14일 개인보험상품의 이율을 담합한 혐의로 삼성생명 등 16개 생보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365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09년 12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담합(6689억 원), 올해 5월 정유사들의 주유소 관리담합(4349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과징금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16개 생보사는 2000년 정부의 보험가격자유화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2001년 4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상호 합의하에 결정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다. 예정이율은 확정금리형상품에 적용되는 이율로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가 비싸진다. 또 변동금리형 보험상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이 낮아지면 환급금이 줄어 보험가입자가 손해를 보게 된다.

생보사들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의 지나친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표준이율을 제시하면 이를 참고해 회사별 사정에 따라 이율을 결정하고 있는 만큼 담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서는 빅3 생보사들이 사전에 협의해 금감원의 표준이율보다 낮게, 중소형 생보사들은 별도 합의를 통해 표준이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율을 정해왔다”며 “담합 혐의를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별 과징금 규모는 삼성생명이 1578억 원으로 가장 컸고 교보생명 1342억 원, 대한생명에 486억 원이 부과돼 ‘빅3’ 생보사에만 전체 과징금의 93%(3406억 원)가 부과됐다. 이어 알리안츠생명 66억 원, 흥국생명에 43억 원이 부과되는 등 중소형 생보사에는 9억∼66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담합 가담 정도가 낮은 동부생명과 녹십자 우리아비바 푸르덴셜생명에는 시정명령만 내려졌다.

하지만 자진신고 등을 이유로 공정위가 생보사들의 과징금을 대폭 감면해줄 예정이어서 소비자 피해에 비해 생보사들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하자 담합을 주도했던 ‘빅3’ 생보사들은 가장 먼저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는 바람에 과징금을 대폭 감면받는다. 보험업계는 가장 먼저 담합을 자진 신고한 교보생명은 과징금 1342억 원이 전액 면제되고 2순위 신고자인 삼성생명은 70%(1105억 원) 감면된 473억 원, 3순위 신고자인 대한생명은 20%(97억 원) 감면된 389억 원이 부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다음 달 말 최종 과징금 규모를 각 회사에 통보할 예정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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