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무덤’인데도… 외환차익거래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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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외환차익거래(FX마진거래) 시장을 바로잡겠다고 금융당국이 나섰지만 거래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FX마진거래는 두 개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면서 환차익을 노리는 파생선물 거래의 일종이다. 거래 고객의 99%가 개인이며 이 가운데 약 90%가 손실을 입어 ‘개미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1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FX마진거래 대금은 642억6547만 달러(약 75조 원)로 전달(612억8787만 달러)보다 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거래건수도 42만7429계약에서 46만5787계약으로 9.0% 늘었다.

이 기간 동안 대우증권과 IBK투자증권 등이 FX마진거래를 중단하거나 투자 부적격자의 거래를 제한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증권, 선물회사를 통한 거래가 급증한 것이다. 금감원이 7월 말부터 실태를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시장을 바로잡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이에 앞서 권혁세 금감원장은 7월 20일 한국감사협회 조찬 강연에서 FX마진거래를 주식워런트증권(ELW)과 함께 불건전 영업행위 가능성이 큰 대상으로 꼽으면서 조속히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2007년 765억 달러였던 FX마진거래 대금은 2008년부터 시장이 팽창하면서 4924억 달러로 급증했고 이후 4000억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7년까지는 선물사만 취급했지만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증권사 18곳이 가세해 영업기관은 20여 곳에 이른다.

FX마진거래는 실제로 통화의 교환 없이 소액의 증거금만으로 20배 크기의 투자를 해서 큰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방’을 노리는 개인들이 몰려들고 있으나 대부분은 큰 손실을 본다. 국회 정무위원회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개인들의 FX마진거래 투자손실액이 2006년에는 17억 원이었으나 올해는 8월 말까지만 50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권, 선물사는 투자규모가 늘어날수록 많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최고 100배 레버리지 외환거래’ 등의 문구를 건 음성적인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권 원장은 최근 국감에서 FX마진거래를 종국적으로 없애는 게 옳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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