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일단 예금”… 펀드매니저 주식투자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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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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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5일 주식투입 비중 90.16%… 2년 6개월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코스피가 사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며 22일 1,800.55로 거래를 마쳤다. 간신히 1,800 선을 지켰지만 최근 국내 증시는 미국의 더블딥(일시적인 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과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로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을 거듭하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직후인 8월 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코스피의 하루평균 변동성이 2.78%에 달할 정도다.

이렇듯 흔들리는 주식 시장 탓에 펀드매니저들도 ‘시련의 계절’을 맞이했다. 주식형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지만 워낙 시장 변동성이 커 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펀드매니저들은 새로 들어온 자금을 일단 현금성 자산에 쌓아두고 관망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주식형 펀드의 주식 투입 비중은 2년 6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인덱스 펀드를 제외한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주식편입비율은 90.8%로 나타났다. 매월 말일 수치로 비교했을 때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월(89.2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증시가 급락하기 전인 7월 말만 해도 그 비율은 92.7%였다. 불과 한 달 사이 주식 편입비율이 2%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예금이나 금융회사 간 초단기 예금인 콜론 같은 현금성 자산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통예금의 비중은 7월 말 0.8%에서 8월 말 1.05%로 뛰었다. 콜론 비중도 3.08%에서 4.19%로 증가했다.

9월 들어서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져 주식 투자 비율이 더 낮아지고 있다. 9월 15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투자비율은 8월 말보다 더 떨어진 90.16%였다. 예금 비중은 무려 2.49%나 됐다.

일단 증시 상황을 지켜보다가 언제든 주식을 살 수 있게끔 대기하고자 현금성 자산에만 돈이 몰리는 것. 은행 예금에 넣어두기보다는 적절한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을 노리고자 했던 고객들의 자금이 펀드매니저들의 고민 끝에 다시 ‘예금’으로 돌아간 셈이다.

앞으로도 운용사들의 관망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재정위기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펀드 매니저는 “여러 가지 대외악재가 겹쳐 있는 데다 유럽이나 미국 모두 쉽게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인 만큼 주식 투입 비중이 단기간에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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