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놔라… 배놔라… 지경부, 동반성장위 업무에 시시콜콜 간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中企 적합품목 발표 하루 전 “중견기업은 제외” 강력 요구
개별 적합품목 선정도 개입… “車부품재생 넣고 PC는 빼라”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이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품목 선정에 간섭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독립 민간협의체로 출범한 동반성장위의 설립 취지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복수의 동반성장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반성장위가 중소기업 적합품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7월 6일 윤 차관은 위원회 적합품목 실무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적합품목 규제 대상 기업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집단으로 바꿔라”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 차관은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동반성장 대책에도 중견기업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중견기업 육성 차원에서라도 적합품목 규제 대상에서 중견기업을 빼는 게 맞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독립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가 청와대 발표와 어긋나는 내용을 채택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인 것이다.

당초 동반성장위는 중소기업기본법을 기준으로 해 중견기업까지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려 했으나 윤 차관의 요구에 따라 중견기업을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만 규제하기로 가이드라인을 바꿨다.

이에 따르면 장류나 두부 등 식품시장에서 상호출자제한 집단에 속해 있는 CJ만 규제 대상이 되고 풀무원, 대상 등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풀무원 등으로선 규제를 피한 채 강력한 경쟁자인 CJ를 견제할 수 있어 특혜를 보는 셈이다.

그러나 동반성장위는 최근 두부와 장류, 재생타이어, 햄버거용 빵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이 아닌 중기기본법을 원칙적으로 적용해 중견기업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하고 이를 5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되면 풀무원과 대상, 한국타이어, SPC그룹 등이 중기 적합품목 규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윤 차관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는 중견기업을 포함해야 중기 적합품목제도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계뿐만 아니라 특별히 중견기업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동의했던 사항이다.

지경부는 개별 적합품목 선정 과정에도 간섭했다. 이달 들어 데스크톱 PC를 적합품목 심사에서 빼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현대자동차 계열의 글로비스가 진출을 노리는 자동차부품 재생업종은 넣어달라고 지난달 요구했다.

한 중소기업 전문가는 “대·중소기업계 의견을 반영해 독립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민간기구로 출범시킨 동반성장위의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정부가 중요한 기본 원칙을 바꾼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