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태블릿PC 전쟁’ HP가 불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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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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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패드가 99달러”… 땡처리에 수요 폭발업체 출혈경쟁 우려

‘죽다 살아난’ HP 터치패드가 화제다. 사업을 접겠다고 발표한 뒤 75% 이상 싸게 파는 ‘눈물의 땡처리’를 하면서 갑작스러운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HP는 사업 철수 발표를 한 지 열흘 만에 추가 생산을 결정했다.

HP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가격 인하 후 터치패드의 재고 물량이 빠른 속도로 팔려나갔다”며 “HP의 웹 운영체제(OS) 기반 제품은 생산하지 않겠지만 터치패드는 일시적으로 추가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HP는 “얼마나 더 생산할 수 있을지 확정되지 않았으며, 터치패드를 사려는 모든 소비자에게 충분한 양을 공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HP는 11월 이전에 추가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 깜짝 부활한 HP 터치패드

HP는 지난달 20일 모바일 시장 철수를 발표한 뒤 웹 OS 기반의 399달러(약 42만6000원)짜리 터치패드를 99달러(약 10만6000원·16GB 기준)에 팔겠다고 밝혔다. 재고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서다.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웹 OS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이 사실상 전무한데 아무리 싸다 해도 누가 사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폭탄 세일’에 열광했다. 곧바로 미국 베스트바이 등 판매점에 사람들이 몰려와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애플의 아이패드 외에 태블릿PC 중에서는 터치패드가 처음이었다. 트위터에는 재고가 남은 매장 정보를 공유하려는 트윗이 폭주했다. 터치패드는 한국어 키패드를 지원하지 않지만 한국 소비자들 역시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로 몰렸다. 터치패드에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할 수 있다는 동영상도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다.

터치패드의 갑작스러운 인기로 웹 OS의 사용량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모바일 광고회사 점프탭은 “1%에 머물던 HP 웹 OS 사용자의 광고 조회수 점유율이 ‘땡처리’ 발표 직후인 20일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28일에는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8%대를 찍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원가를 감안하면 HP는 99달러에 터치패드를 팔 때마다 대당 200달러씩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 저가 태블릿PC 전쟁의 서막

아이패드 외에 성공한 태블릿PC는 아직 없다. 전자업계는 죽다 살아난 터치패드의 인기가 하반기에 닥쳐올 태블릿PC 저가 전쟁의 서막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아이패드 외의 태블릿PC를 넷북의 대체용 정도로 여기고 있고,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제품 판매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 증명됐다는 것.

당장 10∼12월에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저가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약 249달러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499달러인 애플 아이패드2(16GB·와이파이 버전)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100만 권이 넘는 전자책이 든든한 배경이다.

이순학 미래애셋 애널리스트는 “콘텐츠로 무장한 아마존과 반스앤드노블 등이 태블릿PC 시장에 뛰어들면서 저가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아이패드2 이상의 가격으로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가 경쟁이 시작되면 상당수 제조사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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