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세계경제]코스피, 4년만에 최대 하락폭… 시가총액 65조 증발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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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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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은행 자금난에 전세계 ‘출렁’

살얼음판을 걷던 세계 금융시장에 다시 공포가 찾아왔다. 유럽-미국으로 이어진 연쇄 폭락장은 아시아 증시를 ‘검은 금요일’로 만들었다. 한국 코스피는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인 6.22%나 폭락하며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19일 코스피는 115.70포인트 추락하며 1,744.88로 마감해 12일의 종전 연중 최저치 1,793.31을 새로 썼다. 이날 하락폭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영향으로 125.91포인트(10.57%) 폭락했던 2007년 8월 16일 이후 가장 컸다.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65조5920억 원이 증발했다.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해 9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1000조 원이 무너진 984조736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금융시장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던 이유는 외국인투자가와 기관투자가의 매도세가 대형주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업종 대표주들은 무더기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고 운송장비 업종도 10% 이상 폭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580억 원과 3134억 원어치를 내다팔았다.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한 대형주를 1647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맞섰지만 주가 폭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2.51%)과 중국(―0.98%), 호주(―3.50%)를 포함해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검게 물들었다.

전날 4∼6%대의 급락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 폭락을 촉발했던 유럽 증시는 19일(현지 시간) 장 마감을 앞두고 1∼2%대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3∼5% 급락했던 미국 주요 지수는 약보합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 혼조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또다시 ‘동반 패닉’에 빠진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유럽계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미국에서 영업하는 유럽계 대형은행의 일일 자금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7일 유럽 대형은행 중 한 곳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5억 달러를 일주일간 빌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됐다. 유럽 재정위기가 대형은행의 자금 압박으로 이어지면 글로벌 신용경색을 초래했던 2008년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미국 금융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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