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한화… 전직원에 개인연금 月30만원 지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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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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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입사 만 10년인 한화그룹 계열사 대한생명 A 과장(36)의 연봉은 약 5000만 원이다. A 과장이 55세 정년까지 앞으로 19년을 더 근무하고 연봉 8000만∼9000만 원인 부장급으로 퇴사하면 그는 개인적으로 들어놓은 연금 외에 2억 원가량의 법정 퇴직금과 만 65세부터 받게 될 월 105만 원(현재 가치 기준) 정도의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A 과장은 이에 더해 만 60세부터 40년간 매달 57만 원의 연금을 추가로 받게 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지시로 그룹 전체 임직원에게 파격적인 연금혜택을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임직원 1인당 매월 30만 원의 개인연금 보험료를 부담하기로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15일 “기존 법정 퇴직금과 별도로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일반 보험사가 운영하는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시키고 1인당 평균 월 30만 원의 보험료를 회사가 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약 2만 명의 정규직 임직원을 위해 회사가 연간 720억 원의 연금 보험료를 내준다는 것이다.  
▼ 임직원 충성도 높이고 외부 인재 영입에 도움 기대 ▼

한화는 대한생명과 푸르덴셜자산운용 등 계열 금융사에 그룹 임직원 연금을 가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화 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시 시기 등 세부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룹 인사팀이 법정 퇴직금 외에 추가로 개인연금을 들어주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새로운 연금혜택 도입이 임직원의 회사 충성도를 높여 핵심 인력 이탈을 막고 외부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가 이처럼 ‘통 큰’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은 김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2007년 설 연휴 당시 부인과 자녀를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는 직원 24명에게 왕복 항공료와 특별휴가를 주는 등 임직원의 복지문제를 직접 챙겨왔다. 한화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내년으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그룹의 성장에 기여한 임직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연금혜택 도입을 지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김 회장은 29세 때인 1981년 창업주인 부친 김종희 회장이 타계한 이후 30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 전체 매출액은 40배 가까이 늘었고 최근에는 태양광 사업 등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가 부장급 이상 임직원이 퇴직한 뒤에도 10년 동안 자녀 학자금을 모두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한화와 같이 거액을 들여 직원 복리후생을 꾀하는 전례는 거의 없어 다른 대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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