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아이튠즈 뮤직스토어’에서 음악을 내려받을 때, 구글의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볼 때,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에서 할인 쿠폰을 살 때, CNN 웹사이트에서 뉴스를 볼 때…. 서로 다른 행동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용자는 이들 사이트에 곧바로 접속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카마이’의 서버에 접속한다는 것이다. 》
아카마이는 72개국 750여 개 도시에 9만 대 이상의 서버를 설치해 놓은 뒤 이곳에서 콘텐츠를 중개해 주는 ‘콘텐츠 딜리버리 네트워크(CDN)’ 업체다.
인터넷을 도로에 비유한다면 콘텐츠는 이 도로로 운반되는 화물에 해당한다. 아카마이는 원활한 물류 운송을 돕는 지역 거점 물류센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특정 화물의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면 화물을 생산하는 공장 주위로 차량이 몰려 ‘병목 현상’이 생긴다. 이 화물과 관계없는 화물 수송도 지장을 받게 된다. 아카마이는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대도시 인근마다 설치하는 물류센터와 비슷하다. 애플과 구글, CNN 등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세계 주요 거점 지역의 서버로 미리 옮겨놓아 가까운 지역의 누리꾼이 콘텐츠를 요청할 때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아카마이가 이렇게 처리하는 트래픽(인터넷 통신량)은 세계 인터넷 트래픽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처럼 세계 최대의 CDN 업체인 아카마이의 데이비드 케니 사장(사진)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삼성전자 같은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만나기 위해서다. CDN 서비스를 제공하던 아카마이는 최근 ‘콘텐츠 변환기술’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정했다. 케니 사장은 5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 사람들과 만나 이들의 신제품에 어떤 기능이 들어가는지 파악하고 이런 제품에서 인터넷을 최대한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한다”고 말했다.
세계를 강타한 한류(韓流) 열풍도 아카마이가 눈여겨보는 현상이었다. 케니 사장은 “페이스북으로 한국의 댄스그룹 빅뱅의 공연 동영상이 빠르게 퍼져 나가는데, 이는 결국 아카마이 서버를 통해 유럽과 미국의 누리꾼이 한류 콘텐츠를 즐긴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아카마이의 기술은 단순한 동영상 전송만이 아닌 촌각을 다투는 금융거래에서도 중요하게 활용된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의 증권 브로커가 한국 코스닥 상장기업의 주식을 사려고 하는데 전달받는 기업의 주가 움직임이 병목 현상 때문에 10초 정도 지연돼 실시간 주가와 차이가 난다면 투자자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아카마이는 이런 정보를 최대한 실시간에 가깝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케니 사장은 “이런 식으로 1998년 창업 이래 지난 13년 동안 아카마이가 세계 누리꾼에게 절약해 준 시간을 계산해보면 약 250억 시간에 이른다”고 말했다.
아카마이는 기업의 비용도 크게 줄여준다. 인터넷은 전기와 비슷해서 특정 시점에 사용자가 몰리게 마련이다. 이를 기업이 스스로 감당하려면 늘 ‘최대 수요’를 기반으로 설비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아카마이를 이용하면 몰려드는 사용자를 아카마이의 서버로 분산시킬 수 있어 평균 수요에 맞춘 설비만 갖춰도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
국내 주요 사이트를 공격해 화제가 됐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도 아카마이의 CDN 기술로 막아낼 수 있다. 디도스 공격은 수많은 접속 요청이 한꺼번에 특정 웹사이트로 몰려들어 서버가 마비되는 현상인데, 아카마이는 이런 비정상적 트래픽을 전 세계의 아카마이 서버로 순식간에 분산시킬 수 있다. 케니 사장은 “기업들이 속도뿐만 아니라 보안 위협 때문에라도 아카마이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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