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 한국수출 자존심 삼성-LG 디스플레이-반도체 산업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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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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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LCD수요 급락… 中공장 착공 속도조절
“위기가 곧 기회… R&D투자로 뚫고 나가겠다”

《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전 세계 증시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수출의 자존심인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의 체감 공포는 더욱 크다. 경기에 민감한 이들 산업이 전통적인 성수기로 꼽히는 하반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로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 소비자까지 TV와 PC 구입을 줄이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이 전개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 투자의 시기와 규모를 다시 저울질하고 있다. 또 하이닉스 인수전에도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
최근 LG디스플레이는 고민에 빠졌다. 중국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에 짓기로 한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설립 기공식을 이달 안에 열어야 할지 여부 때문이다. 한창 시장이 좋을 때 세워놓은 투자 계획이 현 시점에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

2010년 2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지방정부에 LCD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 승인을 신청할 때만 해도 LCD 시장은 장밋빛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갑을 닫았던 소비자들이 2009년 말부터 TV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누가 발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경쟁의 관건이었기에 중국에 대규모 LCD 공장을 짓는 것은 업계의 지상 목표로 꼽혔다. 삼성전자는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에 2조6000억 원 규모의 7.5세대 LCD 패널 생산투자 계획을 세웠다. 오랜 줄다리기 끝에 중국 정부는 마침내 지난해 11월 일본이나 대만 업체가 아닌 한국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그새 시장이 급변했다. 한국 외에도 중국, 대만, 일본 LCD 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비수기까지 겹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대만의 AUO 등이 모두 적자를 봤다. 공장 가동률은 평균 80%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발(發) 악재로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신규 투자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로부터 어렵게 승인을 받고 약속한 투자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 약속도 약속이지만 단순한 경제협력 이상의 의미를 가진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외교적 우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삼성전자는 고민 끝에 올해 5월 말 기공식을 열었다.

결국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공사를 시작하되 속도를 조절하며 올해는 최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착공식과 달리 기공식은 행사의 의미가 더 강하다”며 “본격적인 투자 시기는 향후 추이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국내 투자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미 2분기(4∼6월) 실적 발표에서 LCD 투자를 줄이겠다고 했고, LG디스플레이도 올해 투자 규모를 5조 원에서 4조 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설비투자는 줄였지만 연구개발(R&D) 투자는 오히려 늘렸다”며 “위기가 오더라도 기회를 찾는 노력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부터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3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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