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기획력’―신한일전기 ‘기술력’… 8엽 선풍기 성공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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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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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라! 바람… ‘해외서 인기’ 이마트 레이더에 포착 “승산 충분하다… 만들어 팔자” 제안
돌려라! 공장… “저가 중국산과 맞짱” 기술 개발 착수, 15개월 만에 9만대 팔려 초대박 행진

이마트와 중소기업 신한일전기가 손잡고 개발해 대박을 터뜨린 ‘이플라워 8엽 선풍기’를 바라보며 조용욱 이마트 소형생활가전 바이어(오른쪽)와 박창진 한일전기MMC 영업본부장이 밝게 웃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와 중소기업 신한일전기가 손잡고 개발해 대박을 터뜨린 ‘이플라워 8엽 선풍기’를 바라보며 조용욱 이마트 소형생활가전 바이어(오른쪽)와 박창진 한일전기MMC 영업본부장이 밝게 웃고 있다. 이마트 제공
얇은 날개 8개가 달린 코스모스 모양의 ‘이플라워 8엽 선풍기’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마트에 출시된 지 1년 3개월 만에 9만 대 가까이 팔려나갔다. 지난해 4만 대에 이어 올해는 8일 현재 4만7500여 대가 팔렸다. 이 제품은 ‘단순한’ 선풍기가 아니다.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의 기획력과 중소 제조업체인 신한일전기의 기술력이 손을 잡고 빚어낸 합작품이다.

○ 이마트가 기획·디자인, 中企가 생산

조용욱 이마트 소형생활가전 바이어는 2009년 새로운 선풍기 제품을 고민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 등 해외에서 날개가 8개 달린 선풍기가 잘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상품을 주문해 분석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해 초 일본으로 날아갔다. 판매 현장에서 제품을 눈으로 확인하자 확신을 갖게 됐다.

조 바이어는 국내 선풍기 업체 1위인 신한일전기에 새로운 선풍기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신한일전기는 한일자동펌프, 선풍기, 난로 등으로 유명한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탄탄한 기술을 갖고 있지만 중국산 저가 선풍기에 밀려 위기를 겪고 있었다. 연간 130만 대에 이르던 선풍기 생산 대수는 2009년 80만 대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박창진 한일전기MMC(신한일전기 제품 판매 계열사) 영업본부장은 처음엔 망설였다고 털어놓았다. 박 본부장은 “날개가 8개인 선풍기에 대해 반응이 어떨지 불투명한 데다 가격이 싼 중국산 제품과 경쟁이 될지도 고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자 조 바이어는 3만 대의 물량을 확보해 주겠다며 설득했고 신한일전기는 2억 원을 투자해 제품을 개발해냈다.

날개가 8개이면 풍속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이를 기술로 보완했다. 꽃처럼 하늘하늘한 느낌의 디자인에 ‘아기바람’이라는 초미풍 기능도 추가했다. 박 본부장은 “유아는 감기에 걸린다며 선풍기 바람을 못 쐬게 하는데, 유아도 쐴 수 있도록 아주 약한 바람이 나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플라워’라는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다.

○ 믹서기, 가습기 등으로 제품 확대

8엽 선풍기. 이마트 제공
8엽 선풍기. 이마트 제공
지난해 5월, ‘이플라워 8엽 선풍기’가 이마트에 처음 등장했다. 리모컨 선풍기로 색상은 민트, 그린, 오렌지 등 3가지였다. 가격(7만9000원)은 중국산보다 10% 이상 비쌌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얇은 날개 덕분에 바람이 부드러웠고 디자인도 산뜻했다. 판매량은 이마트가 보장한 3만 대를 훌쩍 넘어섰고 추가로 1만 대가 더 팔렸다. 이마트에서 한 해 팔리는 리모컨 선풍기(7만9000여 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리모컨이 없는 기계식 선풍기까지 포함한 전체 선풍기의 2010년 판매량(42만 대)의 9.5%였다.

올해는 기계식과 벽걸이형에 이어 컴퓨터에 꽂아 쓸 수 있도록 채송화 모양 USB형 선풍기도 내놨다. USB형 선풍기는 ‘기발하다’는 반응이 많아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 측은 이플라워 선풍기가 올해 최대 6만 대까지 팔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본부장은 “우리에게 부족한 상품 기획력과 디자인, 판매를 이마트가 맡아준 덕분에 제품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바이어는 “신한일전기와 함께 믹서기, 난방기, 가습기도 개발해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며 “이플라워를 소형가전 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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