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밀어붙이는 전경련… 기업들은 ‘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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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불쾌한 표정 역력… 4대그룹 부회장 간담회 전격취소

대기업의 사회공헌 문제를 둘러싸고 재계를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기업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경련은 정병철 상근부회장과 4대 그룹 부회장들이 갖기로 했던 3일 간담회를 전격 취소했다고 2일 밝혔다.

전경련은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반(反)기업 정서를 달래기 위해 대기업의 사회공헌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전경련의 태도에 해당 기업들이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달 주요 그룹의 사회공헌 담당 임원들을 불러 전경련 산하 회장단(20개 그룹)이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1조 원을 모아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하거나 재래시장 상품권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미 개별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인데 전경련이 추진하는 사업에 이중으로 부담하는 것은 버겁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경련이 사회공헌재단을 통해 벌이겠다고 예시한 보육시설 확충은 삼성그룹 등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다.

특히 자신들이 거액을 부담해야 하는 내용의 사회공헌 실무 방안이 충분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2일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기업들은 불쾌한 표정이 역력하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요즘 안팎으로 비판을 받다 보니 위기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이 사회공헌”이라며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나 중소기업 적합품목 논란 등에서 전경련이 기업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전경련이 사회공헌 이슈를 돌파구로 삼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관련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상황에서 전경련 부회장단 회의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우리가 곤란해진다”고 털어놓았다.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경련 측은 “4대 그룹 부회장단 회의를 소집한 것은 최근 포퓰리즘 논쟁 등 정치권과 재계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의논하기 위해서였다”며 “사회공헌 얘기가 불거지면서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자 간담회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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