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 17개월 연속 무역흑자 깨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8일 03시 00분


어제 장중 1050원선 깨져… 351개월만에 최저 수준
기업 “적정환율 1118원선”… 환율하락은 수입물가 낮춰, 물가 우선하는 정부 고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2년 1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원화가치는 상승) 1050원 선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17개월 연속 이어오던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49원까지 떨어진 뒤 소폭 반등해 전날보다 1.1원 하락한 1050원에 마감됐다. 장중 환율 1050원 선이 무너진 것은 2008년 8월 22일(1048원) 이후 처음이다.

○ 미국 부도 우려에 환율 ‘출렁’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빌려올 수 있는 부채 한도를 대폭 늘리는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외환딜러들이 단기적으로 ‘달러화 약세 및 원화의 상대적 강세’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은 미국이 채권을 찍어내 외국에 팔 수 있는 법정 부채한도(14조2940억 달러)를 얼마나 어떻게 늘리는지에 초점을 두고 진행돼 왔다. 이미 부채한도가 5월 소진된 상태에서 채권국이 상환을 요구해오고 미국이 빚을 갚지 못하면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외환 전문가들은 미국이 부채한도를 늘리지 못해 부도를 맞는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유로존의 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은 2월 리비아 내전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政情) 불안으로 30원가량 하락한 뒤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거치면서 다시 30원가량 떨어졌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채무협상 과정에서 다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

○ ‘환율방어 나설까’ 고민에 빠진 정부

원-달러 환율은 연초보다 70원 이상 떨어졌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기업이 외국에 내다파는 상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올라 수출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다.

이런 점을 우려해 25일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과 업계 대표들이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을 찾아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사실상 정부가 보유한 외환으로 달러를 사들여 환율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해 달라는 뜻이다. 수출 채산성을 맞추기 위한 적정 환율이 1118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환율은 감내하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업체들은 보고 있다.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은 수입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이후 17개월 연속 이어진 무역흑자 기조도 유지해야 하지만 지금은 성장보다 안정에 정책의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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