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로 끝나는 기저귀와 분유의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을 연장할 것인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모든 재화와 용역에 부과한다’는 부가세 과세 원칙대로라면 없애는 게 맞지만 막상 실행하자니 ‘하다하다 아기용품에까지 세금을 매기냐’며 여론이 들끓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영유아용 기저귀와 분유에 대해서는 10% 부가세를 면제하도록 돼 있다. 이 법 조항은 2008년 여야 합의에 따라 만들어 시한을 2011년 말까지로 못 박았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올해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을 고치지 않으면 내년부터 혜택은 사라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몰 기한이 도래하는 모든 세제 혜택은 원칙적으로 없애는 게 맞다”며 기저귀, 분유의 부가세 면제 역시 예정대로 올해 말로 끝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정부가 원칙을 고수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7월부터 시작된 애완동물 진료 부가세 부과로 인해 부가세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민심이 흉흉해진 마당에 기저귀, 분유에까지 부가세를 매기면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22명에 불과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마당에 출산장려책의 하나로 기저귀와 분유에 적용한 면세 혜택을 없애는 것이 출산장려 정책 방향과 맞느냐는 지적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표가 떨어져 나갈 정책을 내버려둘 리도 없다.
하지만 정부는 섣불리 면세 혜택 연장 결정을 내리길 주저하고 있다. 당장 기저귀, 분유의 10% 부가세를 깎아주는 게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는커녕 업체들의 배만 불렸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2009년에 면세 조치가 시행되자마자 일부 분유업체는 1월부터 ‘초유와 모유 성분을 대폭 강화했다’는 이유를 들어 가격을 9∼13% 올리며 면세 조치를 무색하게 했다. 젖병, 유모차 등 세금을 깎아주지 않는 다른 육아용품과의 형평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 재정부 관계자는 “면세 혜택이 필요하다는 논리대로라면 조세형평성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며 “부가세 원칙과 육아에 미칠 부담 등을 꼼꼼히 따져 보고 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