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2시 광주. 비가 오락가락하며 습기가 가득한 탓인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흘러내렸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남대 근처의 한 빌딩 옥상에는 LG유플러스 직원들이 모여 한창 일하고 있었다.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할 롱텀에볼루션(LTE)의 속도 측정 및 기지국 점검 등 막바지 작업이었다. ○ 끊김 없는 실시간 영상
LTE 시험 차에 올라 서비스를 체험해 봤다. 다음 주에 가장 먼저 서비스될 지역인 전남대와 광주 북구청 부근 1.5km를 시속 30km로 달렸다. 노트북에 LTE 모뎀을 꽂은 뒤 실시간 고화질(HD) 인터넷TV(IPTV)에 접속했다. 3세대(3G) 이동통신망으로는 이동하면서 HD급 영상을 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LTE는 달랐다. 노트북 화면에서 여성 아이돌 그룹 ‘f(x)’의 댄스가 무리 없이 재생됐다. 유럽 축구를 틀자 박지성 선수가 수비수를 제치고 돌진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메신저로 지인에게 노래 5곡을 달라고 부탁해 봤다. 3G 모뎀으로는 내려받는 데 5분가량 걸리던 것이 채 1분도 안 걸렸다.
노트북 화면에는 다운로드 속도도 계속 나타났다. 평균 20Mb(메가비트). LTE의 최고 속도는 100Mb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20MHz 대역폭을 사용했을 때 이론적으로 낼 수 있는 수치다. 실제는 여기에 못 미친다. 3G에서도 다운로드 속도가 이론상으론 14.4Mb이지만 실제론 1Mb도 안 나오는 상황과 같은 것이다. 게다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으로부터 10MHz 폭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또 빌려 쓰는 만큼 주파수 간섭현상이 생겨 속도가 더 느리게 나온다. 김길원 서부ENG팀장은 “SK텔레콤이 30일 10MHz를 반납하면 40Mb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파수를 빌려 쓰기 때문에 힘든 점도 많았다. SK텔레콤이 기지국 신호를 끄는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LTE 테스트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낮에는 기지국 설치, 밤에는 속도 측정이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 공간 재활용도 가능해져
LTE로 인해 달라진 것이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의 데이터 이동속도가 빨라진 게 전부는 아니다. 통신사들이 지역별로 보유하면서 전국으로 문자나 음성메시지를 전달하던 교환기에도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서구에 있는 유플러스 광천사옥은 그동안 이 교환기를 운영하기 위해 3개 층 약 990m²(약 300평) 규모의 공간을 사용했다. 하지만 LTE 시대에는 1개 층 33m²(약 10평)만 써도 충분하다. 실제로 건물 6층에는 사람 키보다 크고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기존 교환기 옆에 작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 LTE 교환기가 놓여 있었다. 크기는 작지만 데이터 처리속도가 훨씬 빨라 기존 교환기 수십 대 분량의 일을 혼자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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