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공공기관장 100명 2010년 경영 평가’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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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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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중 퇴출 3명… ‘피라미’만 잡았다

민계흥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이사장과 심호진 한국어촌어항협회장, 조남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이 정부의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에서 경영성과 미흡으로 임기 도중 물러나게 됐다. 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도로교통공단 등 성과가 부진한 8개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경고조치를 받아 내년 평가에서도 다시 경고를 받으면 해임건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비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에만 징계가 집중된 데다 그나마 경고나 해임건의를 받은 기관장 절반 이상이 이미 임기가 만료되거나 교체될 예정이어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100개 공공기관과 기관장들에 대한 평가 결과를 확정했다.

정부는 기관장 평가에서 최하위인 ‘아주 미흡’(50점 미만) 등급을 받은 조남범 노인인력개발원장과 2회 연속 ‘미흡’(50∼60점 미만) 평가를 받은 민계흥 방폐물관리공단 이사장, 심호진 어촌어항협회장에 대해 대통령 및 주무부처 장관에게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경영평가단 부단장인 조택 이화여대 교수는 “해임건의 대상 3개 기관 모두 20여 개 평가지표에서 A등급은 하나도 없었다”며 “특히 성과연봉제 도입 등 정부시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노사관계를 위한 노력이나 경영실적도 미흡했다”고 밝혔다.

이 3명 외에 임동오 전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현 중부대 총장)도 2년 연속 경고를 받아 해임건의 대상이었지만 3월 사퇴하면서 대상에서 제외됐다. 올해 처음으로 ‘미흡’ 등급을 받은 기관장과 임 전 이사장 등 8명은 경고를 받았다.

90점 이상으로 ‘탁월’ 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없었으며 ‘우수’ 등급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중소기업은행, 한국가스공사 등 7명이었다. 이어 ‘양호’ 32명, ‘보통’ 50명, ‘미흡’ 10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날 기관장 평가와 별도로 100개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6개 등급(S 및 A∼E)으로 평가한 결과 최고 등급인 S등급과 최저 등급인 E등급을 받은 기관은 한 곳도 없었으며 농수산물유통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25개 기관이 두 번째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독립기념관과 영화진흥위원회 등 8개 기관은 D등급을 받았다.

올해 공공기관장과 기관에 대한 평가 결과는 지난해보다 대체로 높아졌다. ‘미흡’ 이하 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지난해 20명에서 올해는 11명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 ‘양호’ 이상을 받은 기관장은 39명으로 지난해(31명)보다 늘었다. 기관평가에서도 A등급 이상을 받은 기관은 지난해 23곳에서 올해 25곳으로 늘었다.

경영평가 결과가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은 경기회복으로 공공기관의 순이익이 2009년 5조 원에서 지난해 6조1000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경영성과가 전반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또 노사분규가 12건에서 3건으로 크게 감소하고 66개 대상 기관 모두 타임오프제를 도입하는 등 노사관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공공기관 평가가 강화되면서 상당수의 기관장이 오직 평가를 잘 받기 위한 경영에 매달리면서 “평가지표와 실제 경영성과가 따로 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평가지표가 적절성이 떨어지다 보니 시험점수와 실력 간의 괴리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농어촌공사는 법인카드를 남용한 사실이 적발되고 한전은 정년을 연장해주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책임경영지표’에서 최하등급을 받았지만 기관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방만한 경영과 관련된 지표들이 전체 평점(100점 만점)에서 3, 4점에 불과해 전체 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장 평가에서 경고와 해임건의를 받은 공공기관 11곳 가운데 도로교통공단과 한국기술교육대를 제외한 9곳이 임직원 300명 이하의 소규모 공공기관이어서 힘센 대형 공공기관은 빠져나가고 ‘피라미’만 겨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이미 사퇴한 한국사학진흥재단을 제외하고 해임건의나 경고를 받은 공공기관의 기관장 1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명이 올해 기관장이 교체됐거나 하반기 임기가 만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사임하거나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이더라도 경고나 해임건의를 받으면 성과급이 절반으로 삭감된다”고 설명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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