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한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 국내 아이돌 그룹이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합동공연을 했다. 유럽 각국에서 몰려든 7000여 명의 관객이 국내 가수들의 춤과 노래를 따라했다.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간 한 장면이다. 이런 한류는 비단 아이돌 그룹 등 ‘스타’에 한하지 않는다. 국내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사들이 만든 토종 앱들도 세계 곳곳에서 한류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토종 앱들은 외국인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현지 언어로 서비스하는 것은 물론 실용적인 기능과 정교한 디자인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KTH가 선보인 ‘푸딩카메라’는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매셔블’이 발표한 ‘최고의 카메라 앱 Top 1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 아이폰 앱으로 처음 선보였을 때도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4위, 세계 13개국 앱스토어 사진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다.

푸딩카메라의 인기는 실용성에서 찾을 수 있다. 8가지 카메라 기능과 8가지 필름효과의 조합으로 총 64가지의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함으로써 디지털 렌즈 교환식(DSLR) 카메라 못지않은 고급 기능을 자랑한다. 6월 초 현재 450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 중 20∼30%가 외국인이다.

학습·놀이용 앱 전문업체 포도트리의 ‘슈퍼 영단어 30000’ 앱은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인기다. 특히 일본 앱스토어에서는 출시 후 열흘간 전체 1위에 올랐고, 지금도 3위에 랭크돼 있다. 인기 비결은 앱 이용자들의 사용 패턴을 철저히 분석한 것이다. 국내에 먼저 앱을 내놓았을 때 이용자들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정해진 학습 순서가 없어 체계적인 학습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학습의 첫 단계부터 마지막까지 물 흐르듯 체계가 잡힌 학습 앱을 원했다. 이에 따라 포도트리는 일본에 진출할 때는 사전학습부터 테스트까지 일정한 순서를 따라 공부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었다. 또 국내 이용자들이 “하루에 50개의 단어를 외우기에는 너무 벅차다”고 지적하자 이를 30개로 줄였다.

KTH ‘푸딩카메라’
KTH ‘푸딩카메라’
브리드가 만든 ‘어썸노트’도 해외에서 인기 있는 대표적인 토종 앱이다. 회사는 일정관리 기능을 추가하고, 스킨과 배경을 사용자 입맛대로 바꿀 수 있도록 차별화해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국 앱스토어 ‘생산성(productivity)’ 카테고리에서 전체 16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2009년에는 가장 많이 팔리고 잘 만든 앱에 애플이 수여하는 ‘리와인드 상’까지 거머쥐었다. 애플의 ‘명예의 전당’에 2년 연속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12월 만든 아이패드용 어썸노트도 현재 미국 아이패드용 앱스토어에서 20위에 올라 있다. 백승찬 브리드 대표는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는 번체, 간체 둘 다 제공하는 등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세운 것이 주효했다”며 “다른 메모장 앱에 비해 디자인이 정교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만든 것이 사랑받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포도트리 ‘슈퍼 영단어 30000’
포도트리 ‘슈퍼 영단어 30000’
국내에서 ‘가로세로 낱말 맞추기’, ‘좀비 쇼크’ 등으로 인기몰이 중인 블루윈드는 ‘괴도 루팡’이라는 게임 앱으로 글로벌 앱스토어를 점령했다. 조작은 매우 간단하지만 한 번의 손놀림만으로도 캐릭터의 여러 행동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 디테일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 스페인 등 15개국 이상 앱스토어에서 무료 차트 1위, 기타 48개국 앱스토어에서 상위 10위권 내에 포진하는 쾌거를 거뒀다. 미국의 아이폰 게임 정보 제공 서비스업체 터치아케이드가 “중독성 있는 게임이다. 8시간, 15개 층을 다 돌고 나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며 극찬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해외시장 공략의 필수 요소는 앱을 잘 만드는 것 외에 앱스토어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영재 콘텐츠진흥원 CT지원팀장은 “앱스토어는 회전 주기가 매우 빨라 지금 인기를 얻고 있다 해도 금세 뒤처질 수 있는 구조”라며 “여러 앱을 한번에 다 내놓지 말고 조금씩 선보인 뒤 후속작과 연계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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