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벨기에 캔맥주(500mL)를 국내 캔맥주보다 10% 저렴한 1590원에 판다. 롯데마트에서는 이달 초부터 국내 애주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아사히, 에딩거, 칼스버그 등 수입 맥주 4캔을 1만 원에 살 수 있는 판촉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한 캔에 3500∼4000원이던 수입 맥주를 2500원에 살 수 있는 셈이다.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김영오 씨(36·서울 마포구 공덕동)는 “골라 먹는 재미도 있고 가격도 국내 맥주와 큰 차이가 없어 수입 맥주를 즐겨 마신다”고 말했다.
가격 거품을 뺀 수입맥주가 우리 식탁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개성이 뚜렷해지고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과거 맥주 전문 주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입 맥주가 대형마트 주류 진열대를 잠식해가고 있다.
13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 5월까지 수입 맥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늘었다. 이 기간 국내 맥주 신장률은 9%에 불과하다. 이마트 신근중 주류 바이어는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수입 맥주를 접해 본 20, 30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국내 주류 시장에서 가장 높은 신장세를 보이는 상품은 수입 맥주일 정도로 전체 이마트 맥주 매출의 2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수입 맥주 수요가 크게 늘자 지난달 수입 맥주 진열 공간을 종전보다 1.5배 늘렸다.
수입 맥주가 크게 늘어난 데는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가격 저항이 줄어든 점도 큰 것으로 유통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마트에서 지난해 말 들여온 벨기에 맥주회사 브로이마튼즈사의 ‘윌리안 브로이 바이젠’과 ‘하켄버그 필스 라거’ ‘담벅 엑스포트’ 등 500mL 캔의 가격은 1590원으로 같은 용량의 오비맥주(1710원)나 하이트맥주(1720원) 캔 제품보다 싸다. 이마트가 수입 맥주 가격을 국내 맥주보다 싸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물류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수입 맥주는 현지 제품 조달 가격에 물류비를 더한 비용을 감안해 세금이 정해지기 때문에 물류비를 줄이면 세금까지 줄일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수입 맥주 수요가 늘면서 여러 번 나눠 수입해야 할 물량을 한 번에 컨테이너 가득 들여올 수 있어 물류비가 1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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