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루이뷔통만 특별 대접하나”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서 철수 결정

  • 동아일보

수수료율 인하 협상 결렬… 롯데면세점에 들어가기로

명품브랜드 ‘구찌’가 인천공항의 신라면세점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8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구찌는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와 입점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돼 인천공항 내 점포를 철수하기로 했다.

호텔신라가 지난해 11월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뷔통’을 유치하면서 파격적인 위치와 수수료율을 제공해 호텔신라와 구찌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루이뷔통은 전통적으로 ‘쇼핑은 시간에 쫓겨서는 안 된다’며 공항의 면세점에는 입점해 오지 않았으나 호텔신라와 인천공항의 끈질긴 유치 노력에 따라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천공항 입점을 결정했다.

신라면세점은 루이뷔통 유치를 위해 공항 최고 명당인 27번과 28번 게이트 사이의 공간을 루이뷔통에 내주었고 수수료도 다른 명품 브랜드보다 훨씬 낮은 10∼20%만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면세점에 30%대 수수료를 내온 구찌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찌는 신라면세점에 루이뷔통 수준의 입점 조건과 수수료율을 요구했고 양사는 수개월간 협의를 벌였지만 결국 결렬됐다. 이에 따라 구찌는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의 점포 2곳을 모두 빼기로 결정하고 최근 신라면세점 측에 철수를 통보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올 들어 다른 명품 브랜드들은 매출이 10%대 성장을 하고 있는데 구찌는 마이너스 신장률이었다”며 “그 와중에 수수료율을 낮춰달라고 해 굳이 잡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찌는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에서는 철수하지만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면세점과 제주 신라면세점에서는 영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구찌는 대신 롯데면세점과 손을 잡고 기존 인천공항 내 롯데호텔 면세점뿐 아니라 김포공항에도 들어가기로 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구찌에 보다 유리한 점포를 내주고 유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샤넬’도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을 떠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샤넬 역시 신라에 매장 면적 확대 및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넬 측은 이에 대해 “코멘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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