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피스텔 매매한 김모씨, ‘흉흉한’ 소문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7일 2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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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견 전자회사에서 은퇴를 앞둔 50대 김 모 씨는 지난해 6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신규 분양한 전용면적 27㎡의 오피스텔을 구입했다. 당시 3.3㎡당 1500만 원에 공급된 오피스텔은 청약경쟁률이 20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김 씨는 최근 강남역 일대에 대규모 신규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분양에 나서면서 앞으로 수익률이 4%도 안 될 수도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면서 주변 오피스텔 매매가가 현재 3.3㎡당 1700만 원대로 오른 상태라 이럴 때 빨리 팔아버려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이다.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40대 주부 이 모 씨도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의 전용 66㎡짜리 오피스텔을 1억5000만 원에 팔려고 내놨다. 2008년 1억원을 투자해 구입할 당시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으로 연 8%대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지난 3년간 보증금과 월세가 오르지 않아 수익률이 4%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택 경기 침체로 아파트 매매를 통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수도권 투자자들의 관심이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오피스텔은 '소유'에서 '임대'로, 전세에서 월세로 재편되는 현재 주택 시장 트렌드와 잘 맞는데다 고정적인 월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이유로 '베이비 부머' 세대의 노후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수요가 몰리는 만큼 매매가와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수익률은 급감하고 있어 오피스텔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 뜨거운 청약경쟁률, 매매가도 꾸준히 상승

지난 달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에서 분양에 나선 '판교 KCC 웰츠타워'와 '효성인텔리안' 오피스텔은 청약 경쟁률이 각각 60대 1, 45대 1을 웃돌았다. 4월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분양한 '서울숲더샵'도 9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7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오피스텔 매매가는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전국적으로 지난달 대비 0.1% 상승했다. 서울지역 오피스텔의 3.3㎡당 매매가는 2010년 1월 919만 원에서 올해 1월 953만 원, 올해 5월 973만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매매가 증가율이 가장 높은 오피스텔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대명 랜드마크타워'로 전용면적 28.5㎡가 지난해 12월 말 9150만 원에서 5월 말 1억15000만 원으로 26% 올랐다. 특히 임대수요가 풍부한 소형과 역세권의 매매가 증가폭이 크다.

분양가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역과 성남 판교 인근에서 분양된 오피스텔은 주변 시세 대비 3.3㎡당 200만~300만 원 가량 비싸게 공급됐다. 수도권에서 최근 분양에 나선 아파트들이 시세와 맞추거나 최대한 저렴하게 가격을 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 경보 울리기 시작한 오피스텔 투자

그러나 매매가와 분양가 상승은 임대수익률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서울지역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수익률은 2010년 1월 5.95%에서 12월 5.77%로 줄어든데 이어 올해 5월 5.67%로 꾸준히 마이너스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신규 분양 시장은 달아오르지만 기존에 분양 받은 사람들 중에는 수익률이 예상과 같지 않자 실망하고 다시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 상반기에는 수도권에서만 신규 오피스텔은 물론 경쟁 상품인 도시형생활주택 역시 대거 쏟아져 나올 예정이어서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피스텔의 매매가는 많이 오른데 비해 임대 수요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며 "월세를 통한 임대수익도 종합소득에 포함돼 과세대상이므로 세후 수익률은 1% 가량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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