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게이트]“공성진-임종석, 그 다음은 누구냐…” 떨고 있는 정치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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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저축은행이 전현직 국회의원 2명에게 매달 수백만 원씩 억대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단서를 검찰이 포착하면서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고위공직자, 금융당국 임직원으로 한정됐던 검찰 수사 초점이 점차 정치권으로 이동해 국회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 특히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로 박태규 씨(수배 중)가 거론됨에 따라 정치권의 상당수 인사가 가슴을 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여야 할 것 없이 무차별 로비한 듯

저축은행 비리 수사의 후폭풍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덮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검찰의 칼끝을 주목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성장을 옛 정부가 주도했다면 저축은행 비리를 눈감아주고 퇴출을 막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쪽은 현 정부 인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가 입법 로비나 정책결정 과정에 미친 영향을 살피는 방향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8·8클럽’(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 8% 이하 저축은행) 등을 만들어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저축은행의 연착륙을 유도한 데에도 정치권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회 안팎에선 “부산저축은행이 구명 로비를 위해 뭉칫돈을 건넸다”거나 “친분을 이용해 매달 수백만 원씩 은밀하게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얘기가 떠돈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정감사권을 쥐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와 국세청이 피감기관인 기획재정위원회 등이 로비 대상으로 거론된다,

특히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서민 예금주들에게 피해를 끼친 저축은행과의 유착관계가 드러나면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연일 국회에서 벌어지는 저축은행을 둘러싼 무차별 폭로전은 오히려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한 정치공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 ‘로비스트 입’에 촉각

부산저축은행그룹이나 보해저축은행에서도 정치권 로비가 포착될 가능성이 높다. 정관계 로비를 담당하는 브로커가 줄줄이 구속된 데다 이들이 접촉한 인사들도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58·구속 기소)의 측근인 브로커 윤여성 씨(56)가 구속되면서 정관계 로비가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윤 씨는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50·구속)에게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구명 청탁과 함께 1억7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검찰은 윤 씨가 2007년 정선태 법제처장에게 1000만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검찰는 윤 씨가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수십 차례 골프접대에 나선 것으로 보고 골프를 함께 친 사람들의 신원도 확인 중이다.

검찰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거물급 로비스트는 박태규 씨다. 박 씨는 정치권을 맴돌며 유력 정치인과 언론사 고위인사, 기업인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가 유력 정치인에게 부탁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1000억 원대 유상증자를 성공시켜 주고 수억 원을 챙겼다는 의혹도 나온다. 검찰은 박 씨의 신병 확보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캐나다 수사기관과 공조해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권재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김장호 금감원 부원장보에게 구명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모 변호사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또 2일 광주지검이 체포한 윤모 씨는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금감원 관계자에 대한 로비를 위해 수천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어 또 다른 정관계 로비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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