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합치면 세계적인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만 국내 은행업의 독과점 현상이 심해져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4일 서울 중구 명동 서울YWCA에서 열린 ‘국내 금융산업 재편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네 가지 구조개편 방안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최근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방안’을 내놓은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의 짝짓기 모델에 대한 본격적인 공론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제 발표에서 “정부가 소유한 금융회사 간 합병이나 일괄 매각이 이뤄지면 은행의 자본력이 확대돼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민영화가 지연될 수 있고 대형 국유은행의 출현으로 시장 경쟁에서 (민간 금융회사와) 마찰이 커질 수 있는 것은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결합은 시너지를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이 모두 민영화가 안 된 것은 물건이 별로 안 좋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두 기관이 합쳐 손질하면 팔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은행 간 인수합병(M&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인데 산은금융은 정권이 바뀌면 회장이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면 청문회에 설 위험을 무릅쓰고 산은금융에 특혜를 주도록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개정할 관료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산은금융이 투자은행(IB)을 하겠다며 민영화를 주장해놓고 상업은행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은 최근 산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우리금융 인수 추진 설명회’에서 우리금융을 인수하더라도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을 합병하지 않고 ‘1지주-2은행’ 형태의 듀얼뱅크 체제로 가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메가뱅크’ 대신 ‘챔피언뱅크’라는 용어를 쓰면서 “우리나라 금융계에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