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F아마추어 레이싱스쿨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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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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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 밟는 순간 ‘짜릿’… 코너선 방호벽 돌진 ‘아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있는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았다. 도로가 직선에서 서서히 왼쪽으로 굽어진 채 이어졌다.

“1코스가 어려운 커브입니다. 일단 속도를 줄이고 스티어링 휠을 똑바로 한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으세요. 집중력이 떨어지면 벽에 부딪칠 수 있으니 최대한 조심하시고요.”

앞서 받은 교육 내용이 귓가에 맴돌았다. ‘뭐 다른 차도 없는 서킷인데 사고가 날까’ 싶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크게 스티어링 휠을 왼쪽으로 돌리며 속도를 시속 80km 이하로 낮췄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싶었는데, 차는 순간 방호벽을 향해 돌진했다. 아찔했다. 간신히 충돌을 피하고 빠져나오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시킨 대로 할걸….’

○ KSF 아마추어 레이싱 스쿨

22일 경기 안산시 안산스피드웨이에서는 ‘2011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에 참가하는 아마추어 참가자를 위한 레이싱 스쿨이 열렸다. 이날 총 24명이 나왔는데, 기자도 명예 레이서로 참여할 수 있었다.

다음 달 4일 개막하는 KSF는 프로 클래스인 제네시스 쿠페(현대차동차)와 아마추어 클래스인 포르테 쿠페(기아자동차), 아반떼(현대차) 등 총 3개 클래스로 진행된다. KSF 측은 “역대 국내 대회 중 처음 출전하는 아마추어 차량이 가장 많았던 것이 15대였는데, 이번 대회에는 32대의 차량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나름대로 자동차 운전 실력에는 일가견이 있는 참가자들이었지만 서킷은 처음인 탓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교육을 맡은 장순호 KSF 위원장은 “오늘은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 서킷 적응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CJ 슈퍼레이스 제네시스 쿠페 클래스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장 위원장은 경력 15년의 국내 최정상급 레이서 중 한 명이다.

KSF가 프로와 아마추어 클래스를 함께 신경 쓰는 이유는 국내 모터스포츠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다. KSF 측은 “모터스포츠가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 자동차산업과 자동차 문화도 발전하게 된다”며 “가장 안정적이고 최적화된 운전 방법을 레이스를 통해 배우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 빠르다고 능사가 아니다

다음 달 4일 열리는 ‘2011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Korea Speed Festival)’에 참가하는 아마추어 레이서들이 22일 경기 안산시 안산스피드웨이에 모였다. KSF 측은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아마추어 레이서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점점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KSF 제공
다음 달 4일 열리는 ‘2011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Korea Speed Festival)’에 참가하는 아마추어 레이서들이 22일 경기 안산시 안산스피드웨이에 모였다. KSF 측은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아마추어 레이서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점점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KSF 제공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론 교육에서 장 위원장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부드럽게’와 ‘천천히’였다. 0.01초 차로 순위가 결정되는 자동차 레이스에서 ‘빠르게’가 아니고 천천히, 부드럽게?

그는 “무작정 가속 페달만 밟으면 차의 하중이 뒤로 쏠려 제자리에서 헛돌게 되니 처음엔 부드럽게, 나중에 힘 있게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며 “천천히 스티어링 휠을 돌리기 시작해 차의 하중을 아래로 향하게 한 뒤 빠르게 마저 돌려야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다”고 했다. 순식간에 가속 페달을 밟고, 운전대를 번개같이 돌려 코너를 빠져나가는 것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론 교육이 끝난 뒤 서킷으로 나섰다. 교육은 해당 코스를 3∼5차례 주행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잘못된 운전 습관은 서킷에서 그 진수를 보여줬다. 일단 평소처럼 스티어링 휠을 느슨하게 잡았다가 곧바로 구박을 받았다.

“스티어링 휠은 양쪽 가운데 끝을 두 손으로 정확하게 잡으세요.”

6년 전 운전학원에서 강사가 처음 했던 말을 장 위원장도 똑같이 했다.

무작정 가속 페달을 밟고, 급하다고 스티어링 휠을 돌린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대니 차는 곡예주행을 했다. 안전 요원은 일대일 조언에서 “코너에서 도로 끝과 차량 사이의 공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며 “속도에 집착하지 말고 최대한 안쪽으로 붙어서 곡선을 빠져나가도록 연습해보라”고 했다.

배운 대로 속도를 줄일 땐 확실히 줄이고, 스티어링 휠을 부드럽게 돌리려 의식적으로 노력하자 비로소 좀 나아졌다. 레이싱 스쿨은 화려한 운전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안전 운행’과 그를 토대로 한 ‘효과적인 운전법’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서킷을 처음 달려본 참가자들의 표정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같은 동호회 소속의 한기수 씨(29)와 임우진 씨(22)는 “서킷 주행이 처음인데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참가 요건을 많이 완화해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가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KSF는 동아일보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쉘석유 한국타이어 현대모비스 등이 공동 주최한다.

안산=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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