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잠재성장률 높이는 경제정책 권고

  • 동아일보

“성장률 5%에 집착 말고 4% 초반 안정 성장으로”

정부가 5%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나친 경제성장은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며 잠재성장률인 4% 초반의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권고해 주목을 끌고 있다.

KDI는 19일 내놓은 ‘국제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평가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4.3% 내외로 추산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투입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중장기 성장 추세를 의미한다.

KDI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1∼2007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4% 중반이었지만 금융위기에 따라 기업의 투자 감소 등으로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4.3%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8년 이후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의 잠재성장률이 0.5%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에 비하면 하락세가 크지 않은 편이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잠재성장률이 6%대 중반에서 외환위기 이후 4% 중반까지 크게 하락했었다.

KDI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직접적인 국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는 24조5000억 원으로 총 대출금액의 1.86%에 불과해 금융위기 기준(부실채권이 총 대출금의 10% 초과)을 훨씬 밑돌았다.

하지만 KDI는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를 높이기보다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잠재성장률을 넘어서는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경기부양 정책을 쓰다 보면 물가불안과 재정악화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KDI의 권고는 올해 5% 성장을 내건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하향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4.2%로 전망한 KDI는 지난달에도 현오석 원장이 직접 “(정부가) 정확한 전망치를 발표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KDI는 인구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하락 추세에 있는 만큼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에 집중하기보다는 규제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준 KDI 부연구위원은 “2011∼2012년 한국 경제는 연 4.3%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근접해갈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규제개혁과 기술혁신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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