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석동빈 기자의 DRIVEN]도요타 ‘코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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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0만대 팔린 스테디셀러··· 오랜 연인같이 푸근한 ‘패밀리 카’


도요타 ‘코롤라’는 ‘캠리’와 함께 도요타의 모든 것을 대변해주는 모델이다. 1966년 탄생한 이후 3700만 대가 팔린 모델로 도요타의 철학이 가장 잘 녹아있다. 가격이 비싸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고, 안정적인 품질과 편안하고 실용적인 이동수단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별다른 특징이 없다. 성능과 디자인 어디 한 곳도 특출하거나 모난 부분이 없어서 풀어놓을 이야깃거리가 없을 수도 있다. 실제로 처음 대한 코롤라의 시동을 걸고 30분 간 달리면서 슬슬 걱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 평범한 차의 시승기를 어떻게 써야 하나.”

하지만 사흘간의 시승을 마칠 때쯤 하나 둘씩 매력이 발견되기 시작했고, 지난 45년간 코롤라를 선택한 수천만 명의 마음을 알게 됐다. 그 매력은 무엇일까.

○ 평범한 디자인, 그래서 편안한 디자인

지하 주차장에 서 있는 파란색 코롤라를 첫 대면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시 ‘평범’이었다. 요즘 워낙 파격적인 디자인을 한 국산 자동차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인지 군살 없이 매끈한 코롤라의 디자인은 심심해보였다. 하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조립품질이 깔끔하고, 보디라인이 끊어지지 않고 물 흐르듯 이어지면서 풍기는 차분함은 심리적 안정감을 줬다.

실내로 들어가도 비슷한 느낌이다. 전형적인 사각형 송풍구의 위치와 단순한 센터페시아 디자인이 몇 번쯤 타본 차에 들어온 것 같았다. 플라스틱이나 우드그레인도 모두 무광으로 은은하게 처리돼 반짝반짝 빛나는 곳이 없다. 고급스럽지도, 아주 싸구려도 아닌 내장재 품질은 차의 가격에 딱 적당한 정도다. 각종 스위치류의 작동감은 부드러워서 감성품질이 괜찮은 편이었다.

처음 본 ‘그녀’지만 설렘은 적었다. 대신 오랫동안 익숙해져서 서로 ‘방귀를 튼’ 사이가 된 편안한 연인 같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 실용적인 성능

코롤라의 엔진은 1.8L 4기통 VVT-i로 132마력을 낸다. 요즘 국산 1.6L 엔진의 출력보다 약간 낮다. 그래서 약간 힘이 없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속페달을 밟아봤다. 그런데 초기 응답성이나 가속력이 기대 이상이었다. 시내 주행 속도인 시속 80km 이내에서는 제법 시원스럽게 속도가 붙었다. 차체의 크기나 중량, 배기량 등을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능력이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부터 힘이 나오기 때문인 듯했다. 최대토크 17.7kg·m가 다른 엔진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4400rpm에서 나온다. 이 같은 능력을 바탕으로 시내 주행 때는 출력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9.8초가 나왔다.

하지만 고속으로 올라가면 시속 100km 이하에서 가벼웠던 움직임은 약간 둔화된다. 배기량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기는 하다. 시속 120km를 넘어서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속도가 붙는 것이 더뎌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꾸준히 가속되는 능력은 떨어지지 않는다. 최고속도는 제한장치가 작동을 했는데, 그 시점이 속도계로는 190km를 살짝 넘었고, 정밀 GPS 장비로는 187km였다.

공인 연료소비효율은 L당 13.5km인데 실제 시내 주행에선 9km 안팎이 나왔다. 고속도로에서 평균 100km로 정속 주행할 때는 16km까지 올라갔다. 4단 자동변속기는 완성도가 높아 변속감이 대단히 부드럽고 신뢰성이 있어 보이지만 5단 이상이었다면 차가 힘이 더 느껴지고 연비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 중형차급 승차감

일본차이고, 그것도 도요타여서 물렁물렁한 승차감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는 서스펜션이 단단한 편이다. 전체적인 승차감이 물렁거리지도, 튀지도 않아 전체적으로 정확하게 중도를 걷는다는 생각이다. 스포티함을 원하거나 좀 더 부드러움을 원하는 운전자 모두 조금씩만 양보한다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세팅이다.

차의 코너링이나 핸들링도 마찬가지로 중도를 걷고 있다. 운전대를 돌리면 차가 반응하는 속도는 느리지도 신속하지도 않아 일반적인 운전자가 예상할 수 있는 바로 그 정도다. 고속주행 중 커브를 돌아나가는 능력은 제법 안정적이다. 시속 160km에서도 고속도로의 커브는 별다른 불안감 없이 모두 돌아나갈 수 있고, 시속 180km에 이르러도 차가 날라다닌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운전대를 통해 전달되는 차의 운행상황 피드백도 적당해서 운전재미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직진성도 좋아서 고속도로 주행에서 자주 운전대를 움직여 방향을 조절해야 하는 피곤함도 적은 편이다. 차를 운전하면서 내가 운전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게 만들어 준다. 그만큼 차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다는 이야기다.

방음성능도 동급 중에서는 뛰어난 편이어서 외부 소음이 잘 차단되고 타이어 소음도 크지 않다. 중형차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엔진음은 부드러워서 6000rpm까지 올려도 찢어지는 듯한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엔진 음색은 ‘오로롱∼’거리면서 약간 귀여운 스타일이다.

브레이크는 강력하지는 않지만 응답성이 괜찮은 편이다. 특히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느껴지는 감각이 좋고, 제동거리나 제동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차를 부드럽게 세우는 데 도움이 됐다.

○ 패밀리 세단으로 제격

왜 이차가 3700만대가 팔렸을까. 코롤라만의 장점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반대로 결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성능이나 디자인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각 기능의 조화가 잘 이뤄져 있고 차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어서 편안한 이동수단으로서 제격이다.

트렁크는 광활해서 골프백이 가로로 들어간다. 골프백은 4개까지 실을 수 있다고 한다. 뒷좌석 공간도 동급에 비해선 넓어서 중학생 2명을 둔 가정에서 무리없이 4명이 타고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게다가 초기 성능에서 큰 변화 없이 10년 15만km정도를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내구 품질은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요즘 흔한 USB 포트와 블루투스 연결 기능이 없고, 트렁크 안쪽에 손잡이도 없어서 닫을 때 불편하다는 점은 아쉽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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