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석동빈 기자의 DRIVEN]폴크스바겐 골프 GTI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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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빠르고 강한 차 ‘포켓 로켓’의 매력에 빠지다


《남자라면 누구나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셰를 꿈꾸지만 소유는 커녕 한 번 운전해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무리를 해서 5년이 넘은 중고 명품 스포츠카를 구입했다가 수천만 원에 이르는 예상치 못한 유지보수 비용에 힘들게 모아온 비자금을 몽땅 털리고 마이너스 통장에다 신용카드 돌려막기 신세가 된 사례를 적잖이 볼 수 있다. 그래서 현명한 자동차 마니아들은 생각한다. “내게 현실적인 슈퍼카는 무엇일까”. 폴크스바겐의 ‘골프 GTI’가 세계적으로 35년간 생명력을 유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최근 국내 판매가 시작된 6세대 골프 GTI를 서킷과 고속도로 시내도로 산길 등 다양한 환경에서 몰아보면 매력과 한계를 느껴봤다.》
○Why GTI?


배기량은 너무 평범해 보이는 4기통 2.0L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포츠모델들이 8기통 6.2L인 점을 감안하면 기통수는 절반, 배기량은 3분에 1도 안 된다. 출력은 211마력으로 보통 400∼500마력대인 고출력 스포츠카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도 왜 자동차 마니아들은 GTI에 열광할까. 사실 골프의 ‘스펙’을 보면 내세울 것이 별로 없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제원상 6.9초다. 5초대 혹은 6초 초반 스포츠세단이 흔한 시절에 7초에 가까운 가속력은 밋밋하게 보인다.

하지만 직접 몰아보면 생각은 달라진다. 동력직결감이 높은 DSG 변속기를 바탕으로 다이내믹하게 가속되는 느낌이 웬만한 고출력 스포츠카 못지않다. 게다가 감성을 자극하는 배기 사운드와 변속될 때마다 ‘오로롱’하는 특유의 소리가 운전을 즐겁게 만든다. 정밀 GPS 측정기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트랙션 컨트롤을 끄고 절묘하게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는 6초 초반까지도 나왔다. 절대적으로 빠르진 않더라도 충분히 재미를 주는 가속감과 속도감은 운전자를 열광시키기엔 충분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출력임에도 고속주행 능력은 300마력 스포츠카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직접 측정한 GTI의 최고 시속은 240km까지 가능했다. 시속 200km는 쉽게 올라가고, 220km까지는 답답하지 않게 공략할 수 있다. 그 다음부터는 가속이 더뎌지기는 하지만 235km까지는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면 도달이 가능하다. 그 이상은 상당한 탄력을 받아야 하는데 정밀 측정기로 시속 240km 일때 계기반의 속도계는 250km를 찍는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속도에서 안정감은 어떨까. GTI의 차체 길이는 4200mm로 현대자동차의 소형차인 ‘엑센트’보다도 170mm나 짧다. 차체의 길이가 짧으면 고속주행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GTI는 예외다. 시속 200km에서 운전대를 움직여 차를 좌우로 이동시켜보면 흔들림이 이상할 정도로 적고, 직진성도 우수해서 불안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골프의 최대 장점은 가속력이나 고속주행보다는 탄탄한 차체 강성을 바탕으로 한 핸들링이다. 꼬불꼬불 이어진 산길을 달려보면 손에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스포츠카가 아님에도 조향한 각도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이는 차체 거동이 운전을 더욱 감칠맛나게 한다.

○플러스 알파, 편의성과 경제성

만일 여기에서 GTI의 장점이 그친다면 지금처럼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4도어여서 쉽게 타고 내릴 수 있고, 차체 크기가 작지만 예상외로 실내공간은 넓어서 성인 4명이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다.

연료소비효율(연비)도 서울 시내주행에서는 L당 10km 안팎,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할 때는 15km대를 보인다. 재미를 주면서도 연비는 소형차 수준이니 주머니가 얇은 운전자 입장에서는 대환영일 수밖에 없다.

해치백의 특성상 뒷좌석을 접으면 제법 큰 짐을 실을 수도 있다. 승차감도 핸들링이 좋은 것에 비해서는 괜찮은 편이다. 거친 도로를 주행해도 ‘너무 튀어서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팔방미인인 셈이다. 그래서 GTI 마니아들은 “4000만 원대 자동차 중 이렇게 높은 만족을 주는 차는 없다”고 단언한다.

○골프 ‘GTI 현상’

GTI는 국내 기준으로 일반 골프보다 1000만 원 정도 가격대가 높은 스페셜 모델임에도 1976년 1세대가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170만대 이상 팔렸다. 별명도 많다. 뜨거운 해치백이라는 의미의 ‘핫 해치’, 작지만 빠르게 달린다고 해서 ‘포켓 로켓’ 등이 그것이다. 포르셰가 자신들의 모델을 한 번 타면 그 매력에 감염된다는 의미를 ‘포르셰 바이러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듯이, 폴크스바겐은 이를 ‘GTI 현상(Phenomenon)’이라는 고 부른다.

폭스바겐코리아에 따르면 GTI 운전자에게 왜 구입했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첫 번째로 디자인을 꼽는다. 두 번째 이유는 역시 스포츠 섀시와 민첩한 엔진의 결합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6세대 골프 GTI 개발 연구팀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오리지널 GTI의 컨셉과 가장 조화롭게 발전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6세대 GTI는 폴크스바겐그룹의 디자인 총 책임자인 발터 드 실바, 폴크스바겐 디자인 총 책임자인 클라우스 비숍, 익스테리어 디자인 총 책임자인 마크 리히테의 지휘 하에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들의 디자인 철칙은 1세대 GTI에 대한 큰 동경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뚜렷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으면서 파워풀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차를 원했다. 확실한 것은 1세대 GTI의 캐릭터를 다시금 부활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에서 추가적인 외장 패키지를 많이 장착하는 동급 세그먼트 모델들과는 달리 뉴 GTI는 공기역학적으로 중요한 리어 스포일러를 제외하고는 익스테리어에 어떠한 요소도 추가하지 않았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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