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컴퓨터 동아리 ‘와플스튜디오’ SNUEV사이트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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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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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강의평가 올리니 교수님도 벌벌 떨어요”

《 “그냥 청강이 최고인 듯. ㅋㅋ 재밌긴 하나 남는 것이 하나도 없음.”

‘SNUEV’(snuev.com)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서울대 강의평가다. 직설적이다. 이 평가를 받은 강의는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서 ‘관악 3대 명강의’로 통하는 ‘소비자와 시장’. 이쯤 되면 아는 사람들은 교수의 얼굴까지 떠올린다.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소비자학과 교수다. 그도 이런 식의 지적을 피해가지 못한다. 》
학생들은 열광하고 교수들은 고개를 돌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서울대 컴퓨터동아리 ‘와플스튜디오’ 학생들 얘기다. 12일 서울대 공대의 한 강의실에서 만난 이 동아리 학생들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스마트폰 앱 ‘서울대학교’와 강의평가 사이트 ‘SNUEV’, 2011년 신입회원 모집 홈페이지를 보여주며 자세를 취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학생들은 열광하고 교수들은 고개를 돌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서울대 컴퓨터동아리 ‘와플스튜디오’ 학생들 얘기다. 12일 서울대 공대의 한 강의실에서 만난 이 동아리 학생들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스마트폰 앱 ‘서울대학교’와 강의평가 사이트 ‘SNUEV’, 2011년 신입회원 모집 홈페이지를 보여주며 자세를 취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2008년 ‘SNUEV’라는 이름의 이 웹사이트가 문을 열자 서울대 교수들은 펄쩍 뛰었다. 학교 전산실에 부탁해 서비스를 닫아야 한다고 주장한 교수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열광했다. 익명으로 강의평가를 올릴 수 있어서였다. 이 때문에 수강신청 시즌만 되면 이 웹사이트에는 학생들이 몰린다. 올해는 지금까지의 하루 방문자 수 기록도 경신했다. 지난주 하루 평균 방문자는 6000명이 넘었다. 서울대 학생은 학부와 대학원을 통틀어 약 2만8000명이다.

○ 서울대 교수들도 떨었다


SNUEV를 만든 건 학교 측이 아니라 ‘와플스튜디오’라는 이름의 이 학교 컴퓨터동아리 학생들이다. 학교에서도 공식적인 강의평가 시스템을 운영했지만 학번과 이름을 넣고 강의를 평가하는 이 시스템에 ‘감히’ 부정적인 평가를 입력하는 학생은 없었다. 불안했기 때문이다.

동아리 학생들은 이 점에 착안했다. ‘익명으로 강의평가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현실로 옮긴 것이다. 2007년 개발에 들어가 2008년 초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학생들이 얼마나 호응할지 자신이 없었다. 지금까지 동아리에서 만든 서비스들이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학생들은 익명이 보장되면서도 서울대 e메일 계정을 사용해 서울대 학생 또는 교직원임을 증명해야만 회원 가입이 가능해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는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교수도 강의에 소홀하면 어김없이 비난의 대상으로 추락한다. 동아리 회장 이범기 씨(21)는 “어떤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이 사이트에 올라온 자신에 대한 평가를 읽어주기도 하지만 불편하다고 느껴서 아예 접속조차 안 하는 교수님도 많다”고 말했다. SNUEV는 서울대 e메일이 있는 교직원도 접속할 수 있어서 교수 본인도 익명으로 이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학교 측이 편하게 생각할 리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 서비스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벤처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서버를 통해 운영된다. 이 씨는 “서비스도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학교에서 서비스를 차단할 길이 완전히 막힌 거죠”라고 말했다.

○ 한국의 페이스북을 꿈꾸다


지금까지 이 동아리가 만든 서비스는 두 가지. SNUEV와 스마트폰용 ‘서울대학교’ 앱(응용프로그램)이다. 서울대학교 앱은 학교 지도와 구내식당 식단, 도서관 대출정보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담았다. 이 외에도 와플스튜디오 동아리 학생들이 개발한 서비스는 많지만 초기 시범 서비스 단계에서 사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해 접었다.

2007년 와플스튜디오를 만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활동하고 있는 컴퓨터공학부 석사과정 한재화 씨(25)는 “여기 있는 친구들은 시험 준비로 바쁘다가도 우리 서비스에 이상이 생기면 서비스에 우선 매달린다”며 “이런 식으로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노하우를 쌓으며 앞으로 내 회사를 창업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하우는 기업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 동아리를 거쳐 간 학생들 가운데 해외유학을 가거나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을 제외하면 모든 학생이 인터넷 기업인 NHN과 다음에 취직했다는 게 그 증거다.

이들의 단기 목표는 SNUEV를 다른 대학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솔직한 강의평가에 목마른 학생들은 전국 대학에 많다. 하지만 이만큼 성공한 서비스는 아직 없었다. 따지고 보면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도 하버드대 친구들이 기숙사에서 만들어 결국 전 세계로 확산시킨 서비스였다. 한 씨는 “나중에 강의만 리뷰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평가할 수 있는 사이트로 서비스를 확대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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