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먹었는데… 먹는데 돈은 더 들었다

  • Array
  • 입력 2011년 3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작년 저소득층 엥겔계수 5년만에 최고… 식품물가 급등에 딴 곳서 허리띠 졸라

지난해 서민들이 채소나 과일, 수산물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식료품을 사는 데는 전년도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의 엥겔계수는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식품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가 식료품·비주류음료를 사는 데 쓴 돈(명목가격 기준)은 월평균 31만6936원으로 집계돼 2009년의 29만7652원보다 6.5% 증가했다. 그러나 실질가격 기준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비는 같은 기간 25만7067원에서 25만8256원으로 0.5% 늘어나는 데 그쳐 소비는 거의 늘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실질가격은 물가의 변동으로 인한 영향을 제거한 것으로 실제 소비물량의 증감을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가격이 무려 35.2%나 급등했던 채소(채소가공품 포함) 지출은 명목 기준으로 전년보다 22.9% 급증했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오히려 3.3% 줄었다. 소비자들이 채소를 덜 먹었지만 채소 소비에 쓴 돈은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과일(과일가공품 포함) 역시 가격이 12.4% 급등한 영향으로 명목 지출은 6.9% 늘었으나 실질 지출은 3.7% 감소했다. 갈치 고등어 오징어 같은 신선 수산물도 명목 기준으로는 1.9% 증가했으나 실질 기준으로는 7.5% 줄었고, 북어 굴비 마른멸치 같은 말린 수산물은 명목 지출이 5.1% 증가한 반면 실질 지출은 4.7% 줄었다.

가계의 식료품비 지출로 인한 부담은 엥겔계수로도 나타났다. 가계의 소비지출(생활비) 가운데 식료품·비주류음료를 사는 데 쓴 돈의 비율을 의미하는 엥겔계수는 지난해 13.86%로 전년의 13.85%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실질기준으로 본 지난해 엥겔계수는 12.94%로 전년의 13.39%보다 낮아져 실제 식료품 소비는 소폭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료품비 증가로 인한 가계 고통은 저소득층일수록 컸다. 소득 5분위 중 1분위(하위 20%)의 엥겔계수(명목 기준)는 20.47%로 전년(19.98%)보다 높아지면서 2005년의 20.70%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반해 소득 5분위(상위 20%)의 엥겔계수는 같은 기간 11.31%에서 11.45%로 소폭 상승에 그쳤고, 소득 4분위는 13.09%에서 12.81%로 오히려 하락했다.

통계청의 김신호 복지통계과장은 “식료품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줄일 수 없는 기본 소비량이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은 오른 식료품 가격을 감당하느라 다른 분야에서 더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