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글로벌 투자은행 10여곳 대상 긴급 서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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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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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자금 한국증시 이탈… 이달들어 심상치 않은 조짐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중동 시위 사태로 외국인 자금의 유출 속도가 빨라지면서 6개월 만에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외풍(外風)으로 주요 거시경제지표에 경고등이 켜진 데 이어 외국인 자금까지 급격히 빠져나가는 것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자금 흐름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7일 기획재정부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25일까지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3조2493억 원을 순매도해 지난해 8월(―5505억 원)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간 기준으로 순매도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규모 측면에서도 지난해 5월 남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6조2679억 원이 빠져나간 이후 가장 크다.

재정부는 이런 현상이 기조적인 변화인지 파악하기 위해 최근 10여 개 글로벌 투자은행을 대상으로 긴급 서베이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수 투자은행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한국에서도 가시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인도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에서 외국인들이 1월 들어 일제히 순매도를 보인 것과 달리 한국과 대만은 순매수를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 두 나라에서도 자금 유출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외국인자금의 엑소더스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들이 단기간에 급등한 한국 증시에서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상반기 내내 매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빠져나가는 유럽계 자금과 달리 중장기 투자 성격이 강한 미국계 자금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외국인 자금 유출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외국인 자금 움직임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올해 들어 각종 해외발 악재로 거시경제 지표가 불안한 상태에서 외국인 자금까지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 경제에 미칠 파장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원자재와 유가 상승의 여파로 1월 경상수지 흑자는 2억3000만 달러로 11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유가와 식품 등 수입품의 물가 급등으로 2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올해 정부 전망치인 160억 달러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2월 소비자 물가도 물가목표치(3%대)를 훨씬 넘는 5% 내외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중동 시위 불안 사태가 터지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당분간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중동사태가 터지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졌다는 분석이다.

설 이후 대규모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들은 이달 17일부터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리비아 사태가 악화된 22일 3000억 원 이상 순매도한 것을 시작으로 4거래일 연속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이기형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다 중동 쇼크까지 겹치면서 분기 기준으로 매도 물량이 60억1000달러(약 6조77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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