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김영진 한독약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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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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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올라보세요… 건강 ‘쑥’ 사업구상 ‘반짝’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독약품 건물 계단을 오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올해 200번 이상 19층의 사무실까지 계단을 걸어서 오르겠다고 직원들과 약속했다. 김회장은 “계단 오르기는 적은 시간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훌륭한 운동일 뿐 아니라 경영을 구상하고 직원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독약품 건물 계단을 오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올해 200번 이상 19층의 사무실까지 계단을 걸어서 오르겠다고 직원들과 약속했다. 김회장은 “계단 오르기는 적은 시간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훌륭한 운동일 뿐 아니라 경영을 구상하고 직원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독약품 1층 로비에서 만난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55)은 기자에게 사무실까지 계단으로 같이 걸어서 올라가자고 제안했다. 그의 사무실은 건물 19층. 김 회장은 “혹시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도 ‘걷기를 즐긴다’고 의심하실지 모르니 직접 보여드리겠다”며 “한번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동행을 권했다.

김 회장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다. 10층을 넘어서자 약간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점점 대화도 줄어들었다. 7분 정도 걸려 겨우 19층에 올랐는데 그는 “내친김에 20층 옥상까지 가자”고 했다.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김 회장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등에 땀이 살짝 배어난 그는 “처음에 오를 때는 ‘끝까지 가려면 꽤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은 그런 부담감은 전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벽에 걸린 모나리자 그림의 변화가 재밌게 느껴졌다. 1층은 볼이 잔뜩 부풀어 올라 살이 찐 모습이었지만 20층에는 날씬한 미인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 계단 오르며 건강 챙겨

김 회장이 처음 계단을 오른 것은 지난해 초. 직원들에게 자신의 체중관리를 하겠다고 한 뒤 다이어트, 헬스 등 여러 방법을 궁리하다 계단 오르기를 시도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고도 할 수 있어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꾸준히 하지는 못했다. 마음은 있지만 지속적으로 하기엔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었다.

그러다 김 회장은 작년 말 직원들과의 대화 시간에 “내년에는 1년간 200번 이상 19층 사무실까지 걸어서 오르겠다”고 약속했다. 뭔가 ‘강제성’이 필요했다. 그는 “꾸준히 운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꽤 효과를 볼 수 있어 좋다”며 계단 오르기를 권했다.

김 회장은 1층에서 19층 사무실까지 계단으로 올라온 날엔 달력에 별표를 그렸다. 출장 등으로 매일 하진 못했지만 지난달에는 14개의 별표를 얻었다. 그리 오래 한 것은 아니지만 벌써 변화를 느낀다. 김 회장은 “처음엔 힘들었는데 1, 2주 정도 하니 하체에 힘과 근육이 붙는 것 같다”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직접 해보면 땀이 날 만큼 유산소 운동이 되고,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어 좋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한독약품은 한 직원의 제안에 따라 계단 오르기를 회사 전체 캠페인으로 시행하고 있다. ‘계단 오르기 1.2.3 캠페인’으로 이름을 붙였다. 1층을 20초에 걸으면 3Kcal가 감소하고, 1년에 200일만 걸으면 3kg을 감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회사가 직원의 건강까지 챙겨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작년부터 강한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회사 내 흡연구역을 모두 없애고 흡연하는 직원들에게는 승진에도 불이익을 준다. 김 회장은 “과거에는 흡연자들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옥상에 흡연공간을 만들었는데 싹 바꿔 옥상을 정원으로 꾸몄다”며 “2014년까지 회사에 흡연하는 임직원이 한 명도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계단 오르며 중요한 결정도

김 회장은 조용히 계단을 오르며 여러 생각을 한다. 최근엔 계단을 오르면서 조직 개편을 구상해 주요 부서 임원이 참석하는 경영위원회에 여성들의 참여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1명이던 경영위원회 여성 임원이 현재 3명으로 늘었다.

김 회장은 “우리 회사의 여성 비중이 38%로 여성 인력을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 여성 경영위원이 턱없이 적은 것 같아 늘리기로 했다”며 “이들은 통상적인 업무 외에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들의 애로를 반영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요즘에는 계단을 오르며 올해 출시할 건강기능식품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을지 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비에서 만나는 직원들과 함께 계단을 오르며 대화를 나누는 것도 김 회장의 즐거움 중 하나다. 그는 “같이 계단을 오르다 보면 집은 편안한지, 애들은 잘 있는지 물어보면서 직원들과 일상적인 얘기를 편하게 나눈다”며 “최고경영자(CEO)로서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고 밝게 웃었다.

김 회장은 “한 계단, 한 계단 착실하게 밟아야 끝까지 오를 수 있는 것처럼 한독약품도 1954년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온 회사”라며 “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지만 우수한 제품을 바탕으로 쌓아온 신뢰를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김영진 회장은

―1956년 출생

―1979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84년 미국 인디아나대 경영학 석사(MBA), 한독약품 경영조정실 부장

―1989년 한독약품 경영조정실 상무

―1992년 한독약품 부사장

―1996년 한독약품 대표이사 사장, 미국 하버드대 최고위자과정(AMP)

―2002년 한독약품 대표이사 부회장

―2006년 한독약품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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