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됩시다]신흥국 증시 주춤… 국내투자자도 선진국行 ‘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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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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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이에 가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 증시가 인플레이션과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지지부진하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선진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펀드 중 선진국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 직접투자하는 투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 국내 투자자들도 선진국행

8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해외 주식형에서 총 7420억 원이 순유출됐으나 미국 관련 펀드로는 484억 원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억 원이 유출된 것과 뚜렷이 대조되는 추세다. 지난해부터 매달 200억∼300억 원대 순유출을 이어오던 유럽 펀드도 이달 들어 7일까지 114억 원이 몰리면서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실제로 연초 이후 미국 펀드와 유럽펀드는 각각 2.62%, 1.55%의 수익률을 보이며, ―3%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신흥국 펀드들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해외 직접투자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폭락했던 금융주의 급반등을 경험한 거액 자산가들은 최근 위험부담이 높은 선진국 증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거액 자산가들이 최근 관심을 보이는 종목은 주로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대형 은행들이다. 그리스 국립은행 주식예탁증서 거래의 20% 정도를 한국인 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다.

○ 선진국 투자 주식시장 새로운 화두


일본 증시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일본 국가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비롯해 자산총액을 앞지른 국가부채 등 악재 요인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최근 “올해 일본 증시가 괜찮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투자처로서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 증시는 설 연휴기간 신용등급 강등에도 소니 등 주요 기업의 실적 호조로 선전했다. 일본 펀드는 그동안 해외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나빠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골칫덩이 펀드였다. 하지만 최근 1주일간 일본 펀드로 14억 원이 순유입됐다.

반면 지난해 펀드 환매 러시에서도 1조2000억 원 가까이를 끌어모았던 중국본토 A주 펀드의 인기는 주춤하고 있다. 이달 들어 7일까지 362억 원 순유입되기는 했으나 5000억 원대까지 몰려들었던 지난해보다 현격히 낮은 수치다. 1월에는 37억 원이 빠져나가면서 순유출로 전환되기도 했다. 증권사들은 최근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주요 신흥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변경하고 있다. 박승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 중국 등 신흥국 투자 호황과 자산가격 상승에 힘입어 투자는 신흥국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됐지만 최근 선진국에서도 민간투자 촉진으로 설비투자, 제조업 가동률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등 선진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신흥국 주식을 팔아서 마련한 것이라기보다 채권을 팔고 주식을 매입하는 성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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