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비즈니스 모델 혁신, 출발점은 ‘고객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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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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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의 욕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 제공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이다. 기업 간 경쟁이 격해지고 경영 환경 역시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는 가운데 최근 경영학계에서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DBR 그래픽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의 욕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 제공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이다. 기업 간 경쟁이 격해지고 경영 환경 역시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는 가운데 최근 경영학계에서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DBR 그래픽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이라는 용어가 경영 현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경영 전략을 다루는 교과서엔 비즈니스 모델이란 표현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모델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붐이 일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후 꾸준히 기업 현장에서 주목받다가 최근 들어서는 경영학계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영 전략 교과서에 비즈니스 모델이란 개념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DBR 72호(2011년 1월 1일자)는 초경쟁 환경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법론을 집중 소개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의 욕구(needs)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 제공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이윤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으로 정의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customer value creation)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획득하게 해 주는 수익모델(profit model) △ 앞의 두 가지를 실천하기 위한 조직구조(organizational arrangement) 등 세 요소로 구성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이들 세 요소 간 상호 작용을 통해 형성되고 완성된다.

언뜻 보면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strategy)이 비슷한 개념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외부 환경이 안정적이었던 시기에는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이 유사한 개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급변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독립 분야로 다뤄지고 있다. 같은 사업 분야에서도 끊임없이 가치를 창조하고 이윤을 획득하는 게 중요해졌다. 또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거나 여러 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운영해야 할 때도 있다. 이때 전략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하고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경쟁 우위와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선택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가 명확해진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과연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의 범주를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를 구매했거나 구매하려는 고객으로 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제품, 서비스의 속성을 다소 향상시켜 경쟁사 고객을 빼앗아 오는 제로섬 게임에 몰두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닌텐도 위(Wii)는 비(非)고객을 재발견했다. 기존 게임기 업체의 고객은 1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까지의 남성이었다. 대부분의 게임회사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를 염두에 두고 이 회사들보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쳇바퀴 경쟁’을 했다. 하지만 닌텐도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전체 인구 대다수는 왜 게임을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한 해결책으로 화려한 그래픽과 복잡한 내용을 없애는 대신에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비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려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구매 의사 결정의 잣대인 성능(performance)은 기술 발전 등에 따라 다양한 속성을 지니면서 진화한다. PC산업의 경우 초반에는 연산을 빠르게 제대로 수행하는지와 관련한 기능성(functionality)이 중요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대부분의 PC가 일정 수준의 기능성을 갖추게 되면서 PC가 다운되지 않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신뢰성(reliability)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후 고객이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을 쉽게 변경할 수 있는지, 제품이 시장에 얼마나 빨리 나오는지, 제품을 얼마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의 편의성(convenience)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다. 이처럼 경쟁의 근간이 되는 성능의 속성을 파악하고 진화 과정을 정확히 짚어내야만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도 이익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도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주요한 성공 요소다.

예컨대 비디오 게임기기 산업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면도기-면도날의 관계로 표현되는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특정 회사의 면도기를 한 번 구입하면 소모품인 면도날을 구입할 때 대부분 해당 기업의 면도날을 산다. 비디오 게임기기 업체들도 게임기보다는 소프트웨어 판매로 수익을 거둔다.

하지만 닌텐도는 면도날(게임 소프트웨어)이 아닌 면도기(게임기기)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다. 최고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 마니아가 아닌 충분히 좋은(good enough) 성능에 만족하는 비전통 소비자를 공략했기 때문이다. 비고객을 만족시키는 데에 필요한 제품은 한두 세대 정도 지난, 가격이 매우 저렴한 부품을 사용해도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 덕분에 닌텐도는 위의 가격이 경쟁사의 게임기기보다 상대적으로 싼 데도 불구하고 기기 판매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유럽의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도 독특한 수익 모델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했다. 라이언에어는 대도시의 큰 공항이 아니라 해당 도시에서 약간 떨어진 작은 공항을 이용했다. 이와 함께 항공사들이 공항에 비용을 지불하고 공항을 사용하던 관행을 뒤집었다. 공항으로부터 돈을 ‘받고’ 공항을 이용하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든 것이다. 규모가 작은 공항에 이용객이 많아지면 공항은 음식점 같은 부대시설을 통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공항 시각에서는 라이언에어에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있었다. 따라서 라이언에어는 일정 규모의 승객을 공항에 끌어오겠다는 계약을 체결하고, 승객을 끌어오지 못하면 항공료를 내려서 해당 도시에 방문할 계획이 없던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조직 구조를 비즈니스 모델과 잘 정렬(align)시켜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실행할 수 있다. 고심 끝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해도 기존 조직과 조화되지 못해 실행에 실패한 기업이 적지 않다.

기존 조직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잘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기존 조직에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한다면 직원들 간 회의론이 형성되기 쉽다. 게다가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는 조직이 서둘러 이익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눌려 현명하지 못한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때에는 성과 평가와 작업 방식, 시스템 등의 기준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성숙해져가면서도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을 ‘백발의 혁명가’라고 칭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례로 언급됐던 닌텐도마저 전성기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성공을 거듭할수록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김한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hk3624@hongik.ac.kr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2호(2011년 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비공식적 협력네트워크가 성과 좌우한다

▼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


한 경영컨설팅회사가 정보기술(IT) 분야 직원들의 협력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이 결과 성과가 뛰어난 직원들은 다른 동료들과 판이하게 다른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 직원들은 독특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각 분야 최고 전문가의 지식에 접근해 이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최근 이 비공식적인 협력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 간의 비공식적이고 자율적인 상호작용이 혁신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최고의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교과서적인 경영 기법의 한계를 이 비공식적 협력 네트워크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리더들이 이 같은 비공식적 협력네트워크를 파악하고 경영에 응용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가 이 까다로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형 리더십 8가지 특징 살펴보니…

▼ 한국형 리더십


1651 년 효종은 충청도에서 모든 공물을 쌀로 통일해 내게 하는 대동법을 시범 시행하기로 했다. 각 지역의 특산물을 바치던 공물제도를 쌀로 내게 해 특산물 수송과 저장의 불편을 덜고 지방 아전의 부정도 막자는 취지였다. 대동법은 조선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앞당긴 혁신적인 제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제도 도입 초기 대신 상당수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방납을 통해 사리사욕을 챙기던 중앙 관료, 서리, 거상, 지방 토호까지 가세해 대동법 도입을 추진한 재상 김육을 압박했다. 김육은 굴하지 않았다. 대동법이 일반 백성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최종 결정권자인 효종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대동법을 실시하려거든 신을 쓰시고, 그렇지 않으면 신을 노망한 재상으로 여기고 쓰지 말라”며 효종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육은 미래지향적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체계적 계획을 수립해 이를 실천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한국 역사에는 현대에도 유효한 통찰을 주는 리더십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해 말 열린 ‘제3회 한국형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한국형 리더십의 8가지 특징을 소개한다.



대량구매 할인 가격 책정의 수수께끼

▼ Knowledge@Wharton


미국 디즈니랜드의 1일 자유이용권 가격은 성인 기준 79달러다. 그런데 10일 자유이용권은 790달러가 아닌 단돈 243달러다. 10일 연속 놀이공원을 이용하려는 고객에게 무려 69%의 할인을 제공한다. 왜 그럴까. 디즈니는 놀이공원에 오래 머물수록 즐거움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찻잔 속에 앉으면 처음 3번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그 이후에는 지겨워진다. 그래서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고객을 유인한다. 그런데 10일 이용 티켓 가격을 243달러로 책정한 원리는 무엇일까. 디즈니는 왜 450달러나 650달러가 아닌 243달러가 수익을 극대화해 준다고 믿었을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 연구진은 디즈니가 경쟁 및 다른 요소를 고려했을 때 가족 전체가 놀이공원을 오래 이용하도록 유도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최적 가격이 243달러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는 디즈니의 과학적인 경영 기법이 숨어 있다. 하루 더 머물기 위해 사람들이 어느 정도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정확히 가격에 반영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기법을 적용했다. 기업이 골머리를 앓는 수량 할인의 가격 설정 노하우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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