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새해 특집]글로벌 경제 기상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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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둔화로 선진국 주춤… 신흥국 성장도 한풀 꺾일듯

《 2010년은 경제학자들의 입에 ‘불확실성’이란 표현이 많이 오르내린 한 해였다. 그만큼 미국 경제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조짐과 유럽 재정위기의 재발 등 돌발 변수가 많이 나왔다. 2011년 세계 경제를 점쳐볼 때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새해 경제의 앞길에도 안개가 자욱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분석 내용을 토대로 안개를 조금씩 걷어낼 지표들을 찾아본다. 》
○ 국제통화기금 “내년 세계 경제 4.2% 성장”

새해 세계 경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타격을 벗어난 지난해처럼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지난해에 비해 회복 흐름이 둔화된다는 것이 여러 기관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BNP파리바, 골드만삭스, HSBC, JP모간 등 10개 투자은행(IB)의 새해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4.0%다. 지난해 성장률 평균 전망치인 6.0%에 비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새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7월 4.3%로 내놨다가 10월 4.2%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2010년도 전망을 애초 4.6%로 발표했다가 4.8%로 상향 조정했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IMF와 같이 성장률 전망치를 4.2%로 발표한 바 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은 지난해에 비해 훈풍이 불긴 하겠지만 완연한 봄이 오리라고 보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2011년 경제전망’에서 “미국은 2차 양적 완화 등 경기 부양을 위한 거시정책 기조가 유지되고 기업이익이 호전되며 투자여건이 개선되겠지만 고용 및 주택시장의 회복이 지연되고 저축률 개선 추세가 계속되는 등 경기회복 모멘텀이 크게 강화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주고 이례적인 ‘슈퍼 엔화 강세’로 수출경쟁력을 빼앗기는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은 올해도 비슷한 경험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일본 경제성장률 전망을 2010년 3.4%에서 2011년 1.0%로 대폭 낮췄다.

국제금융센터는 “일본은 내수가 위축돼 수출 동향에 따라 일본 경기가 좌우되는 상황”이라며 “아시아의 경기가 둔화되며 일본 수출이 부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달러화를 시장에 많이 풀며 달러화 약세가 대세를 이루면 엔화 가치 강세(엔-달러 환율 하락)도 불가피하다.

○ 유럽 재정위기, 살아있는 뇌관

올해는 유럽국가에 세계 경제의 흥망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미국은 유럽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수출의 상당 부분을 유럽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휘청거리면 세계 각국에 충격이 급속히 파급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성을 지닌 유럽 국가의 올해 경제 전망은 지난해보다 더 암울하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6% 성장한 유로존 경제는 올해 1.3% 성장하는 데 그칠 예정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의 성장은 비교적 견조하지만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는 성장세가 취약하다.

LG경제연구원은 “현재 유럽국가의 구제금융이 위기국가의 부채상환 능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구제금융 규모를 확대하고 채무 재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유로 체제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영국 경제도 호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3분기에 0.8%의 성장률을 나타낸 영국 경제가 올해 1∼2분기에 0.3% 내외로 다소 시들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봤다. 영국 경기의 동력은 주택가격 회복세와 가계 소비에 달려있는데 이 두 변수 모두 내년에는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 신흥국, 성장세 둔화 속 인플레 우려

지난해 기업들의 ‘어닝 쇼크’ 등으로 선진국의 부러움을 샀던 신흥국 경제는 지난해보다는 약간 둔화되겠지만 여전히 성장세를 뽐낼 것으로 보인다. IMF는 올해 선진국의 성장률을 2.2%로 본 반면 신흥국은 6.4%에 이를 것으로 봤다.

신흥국 성장세를 견인하는 것은 지난해 일본을 누르고 경제 대국 2위로 올라선 중국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0%에 이어 올해에도 9%대 중·후반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중국의 경제여건이 악화돼서가 아니라 정부가 정책 변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집안 살림을 키우기 위해 수출 증가 열기를 잠시 식히겠다는 것. 중국은 12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종전에 수출과 제조업에 기댔던 성장 방식을 소비와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꿔나간다고 공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한중 경제포럼에서 “중국 경제는 1분기에 투자와 수출이 줄어들며 약간 하락하겠지만 2분기부터 지방정부의 투자 프로젝트 등으로 빠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가와 임금이 치솟는 ‘차이나플레이션’으로 신흥국에 인플레이션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2009년 12.6%에서 2010년 24.0%로 두 배 가깝게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국의 경우 중국이 최대 교역국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 “중국의 임금 및 물가 오름세가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7%가 넘는 고성장을 자랑한 브라질은 올해 4∼5%대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통화 긴축 정책을 펴면서 선진국의 경기회복 지연에 따라 해외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다른 신흥국에 비해 조용히 실속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해 미국이 달러를 대량으로 풀자 석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자원대국으로서 수익을 쏠쏠하게 올렸다. 올해에도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 바람과 내수 회복세를 타고 경기가 기지개를 펼 것으로 보인다. IMF는 2011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4.3%로 전망했다.

인도도 농업생산 회복과 민영기업 및 정부의 투자 증가로 올해 8%대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세계경제 돌발변수
유럽 재정위기-中 긴축정책이 뇌관… 원자재값 상승-환율전쟁 재발 우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경제 회복세를 거꾸로 돌릴 만한 폭발력을 가진 변수들은 아직 도처에 산재해 있다.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환율 갈등은 물론이고 고비를 넘긴 듯하다가도 되살아나는 유럽 재정위기, 중국 긴축정책 등으로 2011년 세계경제를 둘러싼 주변 환경도 탄탄대로보다는 살얼음판에 가까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내년 세계경제에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변수로 6가지를 들었다. 6대 변수는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유럽 재정위기 △차이나 리스크 △원자재값 상승 △2차 환율전쟁 등이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유럽 재정위기 재발과 차이나 리스크다. 올 한 해 세계경제를 불안으로 몰고 갔던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경기침체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남유럽 국가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는 데다 복지수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재정적자가 이른 시일에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기둔화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은행권 부실이 확대되고 유럽중앙은행의 장기대출 제도가 종료되면서 내년 초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구제금융에 이어 포르투갈, 스페인, 벨기에까지 재정위기 공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남유럽 국가에 대한 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1%, 37%에 이르는 만큼 남유럽 재정위기가 전체 유럽지역으로 전염될 우려도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긴축정책 강화에 따른 충격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중국은 내년에도 높은 물가상승률과 부동산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체 고정자산 투자의 22.2%, 정부 세입의 23.4%가 부동산에 의존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하락 폭이 커지면 중국의 소비와 투자 위축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의 1, 2위 수출시장인 유럽과 미국의 수입증가율이 꺾이는 것도 중국경제의 위험요인이다. 중국의 수출 감소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 둔화로 이어져 내년 한국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도 있다.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역시 세계경제 회복세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달러화 약세로 대체 투자수단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로 진정되는 듯했던 환율 갈등도 재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의 경기회복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경제 회복세가 꺾일 경우 언제든 ‘2차 환율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개별 국가들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국가 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갈등이 재발할 경우 환율·원자재 가격이 급변하거나 금융시장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꼽은 2011년 7대 국내외 불안 요인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7대 불안 요인 중 세계경제에서는 △세계 재정여력 약화 △환율·무역전쟁 지속 △미국 부동산 침체 지속이 꼽혔으며 국내에서는 △수출 주력산업의 경기둔화 △투자 부진 △가계부채 부실화 △남북관계 긴장 지속 등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국가부채와 재정적자가 쌓이면서 재정확대 정책의 여력이 줄어들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세계경제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경기 둔화는 국내에도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내년 국내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수출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어 가계 부실 위험도 크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단기간에 남북관계의 긴장구도가 해결되기 어려운 점도 국내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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