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실익 없는 ‘애물단지 FEZ’ 도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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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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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Z 12개 지구 해제

“이름만 경제자유구역(FEZ)이지 몇 년째 공장 하나 들어서지 않는 곳도 많다.”(지식경제부 당국자)

“국내기업의 공장조차 하나 없는 논밭에 어느 외국기업이 투자를 하겠나.”(지역개발 전문가)

“몇 년째 경제자유구역으로 묶여 땅도 쉽게 못 팔고 건물 신·증축도 제대로 못했다.”(경제자유구역 해제 찬성 주민)

○ ‘무늬만 경제자유구역’

정부가 이번에 경제자유구역 축소를 시행한 이유는 그간 각계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황해 등 총 6곳. 인천, 부산진해, 광양은 2003년에, 나머지 지역은 2008년에 지정됐다. 정부는 이를 다시 93개 단위지구로 나눠 외국인 투자 유치 등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국무총리실은 “정부가 개발 수요보다 과다한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해 비효율과 낭비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지경부는 올해 초 처음으로 전국의 경제자유구역 운영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문제 지구’를 가려내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35개 문제 지구를 뽑았고, 지자체 의견수렴 및 민간전문가 평가를 거쳐 12개 단위지구를 해제 대상으로 결정했다.

이들 12개 지구는 다양한 이유로 실질적인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인천공항 단위지구의 경우 이미 공항 시설이 들어서 추가 개발 여지가 없는데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신공항건설촉진법과 법적 충돌만 야기하고 있었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 내 성서5차산단과 대구혁신도시 역시 다른 특구와 중복지정돼 개발에 비효율적인 요소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영종도 계획미수립 지구의 경우 보상금을 노리고 용도변경된 땅이 너무 많아 보상비를 고려하면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 내 군산배후단지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인구유입 효과가 과다 계산된 데다 인근에 새만금 명품도시 개발까지 추진되면서 개발이 지지부진해진 것.

애초부터 공장 건설이나 기업 진출이 불가능한 지역이 지정된 경우도 있었다. 광양만 경제자유구역 내 선월·신대·덕례 지구는 구릉지대이거나 문화재지구여서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내 그린벨트 지역 역시 평균 경사도가 25도나 됐다. 황해 경제자유구역은 개발 실적이 미미하지만 현재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용역 및 사업자 선정을 진행 중이어서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 “지정할 땐 언제고” 지자체 반발

전문가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특구 조성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시욱 연구위원은 “그간 각종 밸리, 특구, 산업단지가 난무한 경향이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개발계획 없이 지식경제부는 지식경제부대로, 국토해양부는 국토해양부대로 일단 키우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해제가 결정된 지역에 대해선 내년 2월까지 각 경제자유구역청으로 하여금 개발계획 변경안을 제출하도록 해 이를 승인함으로써 해제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보상 취소, 지역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일부 지자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경제자유구역은 글로벌 기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각종 지원을 하는 곳으로, 여기서 해제되면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정부 투자와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사라진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역 여론을 무시한 조치에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경제자유구역 중 선도적 역할을 해 왔던 인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고 반발했다.

인근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직장인 한모 씨(30·여)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해제되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며 “입주 예정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이라도 할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 여수시는 여수공항 해제에 반발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여수엑스포 개최 등을 감안해 여수공항을 확장해야 하는데 경제자유구역이 해제되면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느냐”고 항의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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