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복병은 물가관리… 5大변수는

  • 동아일보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에서는 새해 물가폭등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같은 물가의 향배를 가늠할 주요 변수들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로 전망한 한은은 23일 소비자물가가 3% 중반 오름세를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물가안정 목표범위가 ‘3.0±1.0%’이기는 하지만 중심축인 3.0%를 넘어섰다는 것은 심각한 것인데 정부에선 비교적 안이하게 보는 듯하다”며 “내년 물가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제 원자재 값, 환율 동반상승 우려

전문가들은 물가폭등을 부추길 불안 요인으로 우선 ‘국제 원자재 값’과 ‘원-달러 환율’을 꼽는다. 이 두 변수는 과거와 달리 동반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 국제가격은 21일 종가 기준으로 2년 2개월여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넘은 데 이어 22일에도 여전히 90달러를 웃돌았다. 종전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더라도 미국 달러화 가치의 약세(원-달러 환율 하락)로 수입물가 상승을 상쇄하는 효과를 나타낸 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속에도 환율이 떨어지지 않아 물가 상승을 증폭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1150원대 전후에서 움직이며 최근 몇 개월간 상승세다. 예기치 못했던 ‘북한 리스크’가 불거져 환율 하락을 제어하고 있다.

○ 차이나플레이션과 전세가 상승

중국의 물가 및 임금 상승을 의미하는 ‘차이나플레이션’이 국내에 상륙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중국산 마늘의 t당 평균 낙찰가격은 11월 2408달러로 3월의 1362달러보다 1000달러 이상 올랐다. 중국산 팥은 1월 t당 1222달러에서 11월 1286달러로 뛰었다. aT 관계자는 “마늘의 경우 현지에서 가격이 워낙 뛰어서 수입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중국에서 물가가 오르는 품목이 채소류에서 육류로, 임금 상승 분야가 제조업계에서 서비스업계로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인 만큼 수입관세 인하를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가고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년 뒤의 물가 수준을 전망하는 일반인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4분기에 3.3%로 상승세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 주체들의 물가에 대한 심리는 임금 협상, 기업들의 가격 책정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생활 물가인 전세 가격의 오름세도 주의해야 할 변수다. 전년 동기 대비 가격 상승률은 올해 1분기 1.4%, 2분기 1.8%, 3분기 2.0%에 이어 4분기에 2.2∼2.3%로 전망된다. 전세 가격은 다양한 내구성 소비재에 비해 직접적이고 자주 접하는 지표라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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