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시대 빈익빈부익부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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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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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종목만 크게 오른 ‘그들만의 랠리’… 상장기업 64%, 2007년 주가 회복못해
시총 500억 이상 507개사 조사

《코스피 2,000시대가 3년 만에 다시 왔지만 종목별 온기는 천양지차다. 지수는 훌쩍 뛰었지만 수익률 양극화가 극심하다. 잘나가는 소수 종목 외엔 대부분 2007년 지수를 회복하지 못한 소위 ‘그들만의 랠리’가 펼쳐졌다. 동아일보가 2007년 마지막 2,000대를 기록한 11월 7일(2,043.19)과 올해 12월 15일 종가(2,017.48) 기준으로 유가증권 시장의 시가총액 500억 원 이상인 기업들의 지수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총 507개 기업(우선주, 신규상장종목 등 제외) 중 64%에 해당하는 325개 기업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수백 %의 높은 수익을 올린 종목들을 비교하면 기업별 명암이 한층 뚜렷해진다. 이른바 ‘대박’으로 분류할 수 있는 수익률 100% 이상 종목은 불과 39개뿐이다. 그나마도 화학(12개), 운수장비(8개), 전기전자(5개) 업종이 대박 종목의 60% 이상을 차지해 업종별 쏠림 현상이 심했다.》

주가상승률 상위 20위 안에 든 기업은 기아차(423%), 무림P&P(409%), 세방전지 (389%), 화신(293%), 엔씨소프트(277%), 현대모비스(252%), LG화학(196%) 등이다. 인수합병과 주식 분할 및 병합 등으로 주가 비교가 불가능하거나 시가총액이 작아 상승률이 월등히 높게 나온 몇 종목을 제외하면 이 역시 대부분 화학, 운수 업종에 국한돼 있다.

대박 종목들의 눈에 띄는 공통점은 중국 관련 내수주라는 점이다.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한일이화 등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주로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 성장의 수혜를 입었다.

도시화에 필수불가결한 내장재를 생산하는 LG화학, 현지화에 성공한 화장품 업체 코스맥스와 의류업체 베이직하우스, 중국 게임시장 확대와 함께 성장한 엔씨소프트도 중국 수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7년 당시에는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렸던 중국의 공업화·산업화 수혜로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원자재, 철강, 조선 및 해운주들이 수혜를 받았다”며 “리먼 사태 이후로는 상위 20위 업종이 보여주듯 경기 부양에 나선 중국 내수 관련 업종들의 강세가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주가가 2,000포인트에서 900 이하까지 떨어졌다 다시 ‘V자형 상승’을 보이면서 실적이 좋아 외국인의 매수세가 대량 유입된 종목들이 승승장구한 것도 특징이다. 이재훈 미래에셋 리서치기획팀장은 “수급 측면에서 자동차와 화학주의 경우 해당 기간 외국인 순매수 금액인 11조2000억 원의 절반 이상(52%)을 차지할 만큼 좋았다”며 “V자형의 경우 급락 시에는 종목 구분 없이 무차별 하락하지만 회복 시엔 실적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대형종목 중심으로 반등이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오른 특정 종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 내수 관련주,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대형주가 장을 끌어가는 추세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센터장은 “장 전체적으로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미국 시장을 주시해야 하지만 개별 기업의 이익, 성장성 측면에서는 이제 중국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소형 가치주가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도주 흐름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2007년에 비해서 실적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소외됐던 은행·보험, 기계, 의약품, 종이목재 등으로 온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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