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경력관리 어떻게 하시나요?

  • 동아일보

몸값 높이려다가 ‘職테크 함정’ 빠질 수도

《 한때 잘나가던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CEO)였던 A 씨. 그는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아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했다. 하지만 곧 회사를 뛰쳐나와 창업했다. 탁월한 역량과 벤처 붐에 힘입어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몇 년 뒤 벤처거품이 꺼졌다.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한 그는 부도를 맞았고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월을 지내던 즈음, 극적으로 스카우트 제의 두 건을 받았다. 국내 대기업의 IT 계열사 마케팅 팀장 자리와 신생 벤처기업의 CEO 자리였다. 두 곳 모두 장단점이 명확했다. A 씨는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A 씨는 고민 끝에 여건이 불안정해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벤처기업 CEO를 선택했다. 어느 정도의 위험이 있더라도 자신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쪽을 택했다. 경력관리에 보편타당한 ‘답’은 없다. 그 대신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이후의 경력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 볼 것을 권하는 게 현명하다. 당장 이직할 회사도 중요하지만 평생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그곳을 떠났을 때의 경력을 어떻게 평가 받을지가 중요하다. DBR 71호는 장기적인 몸값을 높이는 경력관리법을 소개했다. 》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마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평균 4.1회 이직을 한다. 눈앞의 조건만 보고 무작정 연봉이 더 높은 곳으로 이직하려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또 이직 자체를 위해 필요한 경력을 관리하는 ‘직(職)테크’에만 열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이는 장기적인 경력관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력사원은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 ‘용병’과도 같다. 새 조직에 들어간 인재가 자기 자리를 찾고 역량을 더 키워서 성장하면 이직은 경력에 플러스가 된다. 그러나 용병으로서의 기능만 수행하고 역량을 키울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보상이 아무리 훌륭해도 경력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따라서 자신이 더 안정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적인 경력 목표를 찾아야 한다. 다른 조건이 열악하더라도 일을 통해 자신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면 투자가치가 있다.

○당신은 어떤 주식인가?

경력 관리의 관점에서 인재시장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다.

첫째, 우량주형이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뚜렷한 목표를 갖고 꾸준한 경력 관리로 몸값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사람이다. 이들은 이직 때도 자신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지를 가장 많이 고려한다. 지방대 출신으로 사용자환경(UI) 디자인 전문가를 꿈꾸던 B 씨는 대기업 공채에 줄줄이 낙방했다. 그는 첫 목표를 수정해 중소 MP3플레이어 제조기업에 입사했다. 대우는 열악해도 성실히 역량을 쌓았다. B 씨는 휴대전화 제조사를 거쳐 결국 처음에 고배를 마셨던 대기업에 스카우트됐다.

둘째, 고깔모자형이다. 승승장구하는 듯하다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 경우다. 입사 후 본인의 경력 계발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하루하루 바쁘게 살면서 연차만 쌓다가 결국 조직에서 내몰리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대개 직장이나 직급 등 소위 백그라운드는 자신 있게 말하지만 정작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하지 못한다. 전문성을 기르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본인을 지탱했던 백그라운드가 없어지면 뒤늦게 후회한다. 물론 이미 때는 늦었다. 이직할 곳을 찾기도 쉽지 않고 경력공백에 대한 초조함을 이기지 못해 개인 창업으로 방향을 틀곤 한다.

셋째, 롤러코스터형이다. 상승세와 하락세를 반복하는 경우로 고깔모자형과 비슷하다. 이들 역시 경력공백이 생길 때 전문성과 상관없는 분야라도 쉽게 이직을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이직은 언제든지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 하락세로 들어서긴 쉽지만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서는 건 쉽지 않다.

넷째, 저공비행형이다. 주식시장에도 가치가 변동 없이 처음 주가 그대로 지속되는 주식이 흔치 않듯 일반 직장인 사이에서 저공비행형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 교사, 공무원 등이 이런 저공비행형에 속한다. 이들은 고용안정성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우량주형 몸값 올리기

처음부터 본인이 저공비행형을 선택하지 않은 바에야 대부분의 직장인은 우량주형 경력관리를 추구할 것이다. 시작점은 중요하지 않다. 시작점에서 몇 년 주기로 자신 되돌아봤을 때 본인의 전문성이 높아지는 게 중요하다. 다음을 명심하자.

첫째, 현 직장에 충실하라.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가 자신만의 커리어 패스와 일치하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특히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일인지,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지, 경제적 수익을 많이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자문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조직 내에서 본인의 목표 달성을 위한 최선의 실행과 성과 창출을 꾀해야 한다. 열정과 최선을 다하면 더 큰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목표와 비전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목표를 수정하든지, 이직으로 가치가 맞는 기업을 찾아 나서야 한다.

둘째, 직무의 발전성과 연관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직에 앞서 현재 직장과 직무를 평가해야 한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인지, 이직할 기업의 직무가 현재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연봉이나 직급이 높아지거나 규모가 큰 회사로 가는 게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셋째, 긍정적인 이직을 해야 한다. 이는 자신의 경력상 더 좋은 기회가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서 전략적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회사가 싫어서 관두는 부정적인 이직 시에는 상대적으로 급하게 다음 직장을 찾기 때문에 만족도가 떨어질 우려가 많다. 하지만 긍정적인 이직은 목표가 뚜렷하고 머물러야 할 때와 움직여야 할 때를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다. 여유 있게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성공적으로 경력을 관리할 수 있다.

기업들은 연초마다 경영목표를 세운다. 마찬가지로 개인도 매년 경력 계발 전략을 다시 고민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어떤 조직도 정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이제는 개인 주도의 경력 계발로 시장에서의 고용경쟁력을 높여 가야 한다. 현재 상황에 충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 후의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이정표도, 지도도 없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운전하면 여러 갈림길에서 우왕좌왕 헤맬 게 뻔하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0191choi@hrkorea.co.kr

황소영 HR코리아 이사 nana77@hrkorea.co.kr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1호(2010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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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상거래에서도 고객세분화는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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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세분화는 소비재 시장에만 적용되는 개념일까? 그렇지 않다. 산업재 기업도 얼마든지 시장 세분화로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세계 최대 실리콘제품 제조기업인 다우코닝은 기업간상거래(B2B) 고객 세분화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대표 사례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삼던 다우코닝은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의 등장으로 한때 시장점유율이 잠식될 위기에 처했다. 이때 다우코닝은 시장 세분화 연구로 저가 구매 고객의 특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기반의 자동화된 구매 시스템 ‘자이아미터(Xiameter)’를 개발했다. 기술 지원이나 고객 서비스 없이 낮은 가격에 온라인에서 제품을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덕택에 다우코닝은 저가 구매 고객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던 기존 고객군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자이아미터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해 세분 시장 간 충돌 없이 효과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수 있었다. B2B 기업들이 고객별 포지셔닝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세분 시장별 마케팅 활동을 구사해야 할지 DBR 71호에서 분석했다.



지속가능 디자인 핵심비결? 재료부터 바꿔라

▼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미국의 사무용 가구 업체 허먼밀러는 20여 년 전인 1991년, 재활용할 수 없어 매립해야 하는 쓰레기 발생량을 ‘제로’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미시간 홀랜드에 있는 허먼밀러의 공장에선 하루에 평균 1만 개의 의자가 생산되고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만 해도 수천 명에 달했다. 설계, 도면 제작, 판매, 기획 등 일상적인 운영 활동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쓰레기, 카페테리아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등 이런저런 것을 다 모으면 몇 트럭 분량의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의 매립용 쓰레기 배출량은 고작 한 달에 30파운드(약 13.6kg)에 불과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밀은 바로 ‘재료’에 있었다. 허먼밀러는 공장 곳곳에 재활용함을 설치하는 노력만으로는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일 방법을 고심했다. 그리고 아예 제품을 만들 때부터 나중에 쓰레기가 되어 궁극적으로 매립될 수밖에 없는 재료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품 설계도를 개선했다. 엔지니어링, 설계, 공급망 등 생산 과정 전 단계에 걸친 획기적인 개선이었다. 환경을 위한 지속가능 디자인의 핵심 비결을 이번 호에 소개했다.



당신이 협상 테이블에서 행운을 거머쥐려면…

▼ 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이 운(luck)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우선 피험자를 스스로 운이 좋다고 여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눴다. 이후 각 그룹에 신문을 던져 주고 그 안에 게재된 사진 개수를 세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신문 내지 한 면에는 “이 광고를 봤다고 연구진에게 말하면 100달러를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광고도 있었다. 실험 결과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그룹 중 상당수는 이 광고를 봤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룹은 대부분 이 광고를 보지 못했다.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한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광고를 발견한 비율이 월등히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스스로를 행운아, 혹은 불운아라고 여기는 데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삶의 경험이 작용한다. 태생적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 갑자기 긍정적으로 바뀌기는 힘들다. 불운한 경험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상황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와 미래에 대한 자신의 기대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운이라는 건 성격상 인간의 힘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운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면 인간의 힘으로도 운을 관리할 수 있다. 이는 운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협상 테이블에서도 유효한 논리다. 협상에서 행운을 거머쥐는 비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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