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경제정책 방향]재정부등 경제부처 업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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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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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형 장기 대출상품 늘려 가계부채 위험 줄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 극복’에 주력했던 경제정책의 핵심 화두가 내년에는 ‘안정 속 성장’으로 바뀐다. 정부는 14일 발표한 ‘2011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중점과제로 △튼튼한 거시경제 △따뜻한 서민경제 △지속가능한 선진경제 △글로벌 일류경제를 제시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잘사는 선진일류국가’로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경제정책의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親)서민, 물가안정, 가계부채 관리, 5% 성장, 세종시 및 4대강 등 5가지 키워드를 통해 내년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과 달라지는 내용을 소개한다.》

[5% 성장] “민간소비 4%대-설비투자 7%내외 증가할것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5% 내외로 전망했다. 한국은행(4.5%)과 한국개발연구원(KDI·4.2%)이 예측한 것보다 높고 삼성, LG, 현대 등 민간연구소의 전망치보다 많게는 1%포인트 이상 높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4.5%, 4.3%로 전망했다.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5%로 가정해 세수를 예측하고 각종 재정정책을 짜놓은 상황에서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면 재정건전성에 타격이 올 수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 신흥국의 경제회복이 빠르고, 내년에는 재고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민간 연구소들은 재고 관련 투자가 성장에 미치는 기여도를 감안하지 않은 것 같은데 재고 투자만으로 0.5%포인트 정도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내년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85달러 내외로 한국이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 호전, 재정위기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정책 대응, 신흥국 경제 호조 등 대외 여건도 개선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내수도 살아날 것으로 예측했다. 재정부는 내년 민간소비가 4%대 초중반, 설비투자는 7% 내외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재고가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 전망치는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상당히 낙관적”이라며 “재고의 기여도까지 감안해도 성장률이 4% 정도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친서민] “60세이상 노인-기초수급자의 생계형 저축 비과세 연장”

정부는 서민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보육과 교육 부문 투자를 늘리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최저생계비를 인상하는 등 취약 계층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내년에는 만 0∼5세 영유아 보육료와 만 3∼5세 유아의 학비 전액 지원 대상이 소득 하위 50%(4인 가구 기준 월 258만 원)에서 70%(4인 가구 기준 월 450만 원)로 확대된다. 맞벌이 가구는 부부합산소득에서 25%를 뺀 소득이 기준이다.

서민 대상의 세제 지원도 확대된다. 6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입한 생계형 저축과 세금우대 저축에 대한 비과세 및 저율(9%) 분리과세의 일몰시점을 내년 말 이후로 연장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이후 계속된 전세금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서민들의 주거비 경감을 위해 임대용 보금자리주택 11만 채와 전세임대 1만3000채를 내년에 차질 없이 공급할 계획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4조7000억 원이 집행된 근로자·서민주택 구입자금 및 전세자금 지원은 내년에도 계속돼 주택기금에서 5조7000억 원이 쓰일 예정이다.

건강보험 혜택도 확대된다. 폐계면활성제와 간암 치료제인 ‘넥사바정’, 다발성골수종 치료제인 ‘벨케이드’의 보험 적용 범위가 늘어 해당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넥사바정은 간암 환자들의 주요 치료제이지만 하루 약값만 10만 원, 한 달 300만 원이 넘어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보험급여화를 요구해 왔다. 출산진료비 지원은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늘어나고 당뇨 치료제, 소아 당뇨관리 소모품의 지원도 확대된다. 용도별로 다른 진단서 수수료(일반 1만∼2만 원, 경찰서용 5만 원, 법원용 10만 원 등)를 합리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희망키움통장 가입자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벗어나더라도 의료, 교육 급여 지원은 2년간 유지함으로써 기초생활수급자가 각종 지원이 끊길까 봐 기초수급 대상에서 일부러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폐단을 해결해 가기로 했다.

한편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는 세무검증제도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3%대 물가] “채소 계약재배 물량 9%→15%로 늘려 안정적 공급”

정부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2.9%)보단 약간 올라가지만 비교적 안정적이다. 하지만 관건은 ‘식탁 물가’다. 만약 올해처럼 채소류와 생필품을 중심으로 가격 폭등 현상이 나타나면 전체 물가 수준과 별개로 서민과 저소득층의 체감 경기를 개선하는 건 어렵다. 한국은행도 농산물 가격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에 이를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우선 안정적인 농산물 수급을 위해 무 배추 고추 마늘 양파 파 당근 감자 등 8개 채소의 정부-농협 계약재배 물량을 9%(올해)에서 내년에는 15%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주요 채소류의 생산량이 부족하다고 예상될 경우 계약재배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수입품 물가가 급등할 때 해당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40%포인트까지 기본 세율에서 인하할 수 있는 할당제도 역시 적극 시행할 방침이다. 할당관세 대상은 57개에서 세제 설탕 밀가루 등 67개로 늘어난다. 특히 유모차 아동복 스낵 식용유 등 서민생활과 밀접하면서도 해외와 가격차가 큰 품목에 대해서는 추가로 관세 인하가 추진된다. 주요 생필품의 국내외 가격차를 비교해 발표하는 ‘국내외 가격차 조사’도 강화된다. 조사 대상 품목이 48개에서 50개로 늘어나며 22개 식음료품에 대해서는 1년에 한 번만 발표됐던 가격조사 결과가 분기별로 발표된다.
[가계부채] “금리 인상땐 저소득층 부담 급증깵 내년부터 관리 강화”

정부가 내년에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잠재적인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그동안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지적해 왔지만 정부는 “종합적으로 보면 별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한국의 개인 금융부채는 올해 6월 기준으로 877조7000억 원, 가계 신용부채는 올해 9월 기준으로 754조9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3%로 미국(129.1%)이나 일본(112.3%, 2008년 말 기준)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계속 증가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가계부채는 저소득층에게 큰 위협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가계를 5단계로 나눴을 때 소득이 높은 4분위와 5분위는 금융부채보다 금융자산이 더 많지만 1분위와 2분위는 금융부채가 더 많다. 금리가 1% 상승하면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18만4000원과 39만8000원을 벌지만 1분위와 2분위는 5만5000원과 6만4000원의 추가 이자부담이 생긴다. 내년에 금리가 올라가면 저소득층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예대율 규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또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을 내줄 때 금리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장기 고정금리형 대출상품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대출금의 일부에 고정금리를 적용하거나 대출을 받은 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변동금리형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꿀 수 있는 상품 등 다양한 형태의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경제적 여력이 있는 4분위와 5분위에 부채의 69%가 몰려 있고,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이 0.68%로 낮기 때문에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금리 인상기에 저소득층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내년에는 면밀하게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4대강&세종시] “내년 8월까지 4대강 주변 난개발 방지할 법령 마련”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논란이 돼온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 공정이 내년에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4대강 전체 사업비인 22조2000억 원 중 42.8%인 9조5000억 원이 내년에 투입돼 공사에 속도를 내게 된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2년간 4대강에는 약 10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정부는 4대강 사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공사인 보(洑) 건설 작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끝낼 계획이다. 또 하반기에는 4대강 본류 준설과 생태하천 조성 공사도 마무리한다. 4대강의 지류를 정비하고 농업용 저수지를 높이는 공사도 내년에 지속적으로 벌여 2012년에는 모두 끝낼 예정이다.

4대강 공사와 함께 국가하천 주변 지역을 친수구역으로 지정해 개발하는 사업도 내년부터 시작된다. 이와 관련된 친수구역 활용 특별법은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친수구역 개발의 핵심은 4대강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난개발을 막고 친환경적인 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8월까지 4대강 주변지역의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법령을 마련하고 친수구역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도 만들 예정이다.

정부는 세종시 건설 역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세종시에 들어설 정부청사 건물 공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국무총리실 등이 들어서는 세종시 정부청사 1단계 1구역은 2012년 4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경제부처가 입주하는 1단계 2구역은 2012년 11월 완공될 예정이다. 2단계 공사는 내년에, 3단계는 2012년에 각각 발주해 2013년과 2014년 완공할 계획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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