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허덕이는 ‘알펜시아’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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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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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큰손’ 강원-제주에 꽂혔다는데…

《 “중국인들이 바다를 보기가 쉽지 않아 해안가를 좋아합니다. 산과 바다, 사계절이 있어서 휴양지로서 강원도에 대한 호응이 좋습니다. 요새 말로 강원도에 꽂힌 거죠.”(강원도개발공사 관계자)

부동산 경기 침체로 국내 골프장, 콘도 등 리조트가 국내 수요로는 한계에 이른 가운데 중국의 ‘큰손’들이 이를 해소할 구원투수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해안가와 사계절이 뚜렷한 곳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해가 가깝고 리조트를 갖춘 강원도와 섬인 제주도의 리조트들이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
강원도개발공사에 막대한 부채를 안긴 강원 평창군의 알펜시아리조트는 이달 1일 중국인 투자자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리조트 내 골프빌리지인 ‘알펜시아 에스테이트’ 50채를 분양해 총 1200억∼1300억 원을 투자받기로 한 것이다. 강원도개발공사는 20억∼40억 원짜리 고가인 골프빌리지가 분양이 잘 안 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연간 이자만 400억 원씩 낼 정도로 부채 문제가 심각했다.

강원 평창군에 위치한 알펜시아 리조트의 모습. 이곳의 골프빌리지는 1채에 20억∼40억
원의 고가여서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중국의 한 회사와 50채 분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사진 제공 강원도개발공사
강원 평창군에 위치한 알펜시아 리조트의 모습. 이곳의 골프빌리지는 1채에 20억∼40억 원의 고가여서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중국의 한 회사와 50채 분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사진 제공 강원도개발공사
알펜시아리조트와 양해각서를 맺은 회사는 마카오에 기반을 둔 ‘중국홍수림문화투자유한공사’로 부동산 정보, 구매, 투자 알선 등을 한다. 강원도개발공사 관계자는 “한국관광공사 초청으로 10월 중순에 왔던 중국인 투자자들이 알펜시아리조트, 동해망상지구 등 강원 지역을 둘러본 뒤 투자계획을 밝혔다”며 “부동산 영주권제도가 도입되면 중국인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원도는 알펜시아뿐만 아니라 하이원리조트, 망상, 양양지구에도 중국인 투자자를 모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영주권제도가 필요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영주권제도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올해 2월 처음 도입돼 5억 원 이상 투자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고 있다. F2 거주비자는 외국인이 도지사가 허가한 개발사업시행지구 내 콘도 등 5억 원 이상의 휴양체류시설을 매입(부동산 등기를 마친 경우에 한함)한 경우 5년 기한으로 발급되고, 5년이 경과하면 결격사유 심사 후 투자자 본인을 포함해 배우자, 자녀에게도 한국영주권(F5)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러한 효과로 제주시 한림읍 재릉지구에 조성되고 있는 ‘라온프라이빗타운’은 현재까지 분양물량 220채 중 120채, 총 550억여 원어치를 중국인에게 파는 등 제주도의 다른 부동산에도 중국인들이 몰리고 있다. 이 회사는 리조트 조성 단계에서 이미 중국인들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했다. 라온레저개발 관계자는 “부동산 영주권제도를 염두에 두고 중국 쪽에 분양대행사를 모집해서 4월부터 설명회를 열었다”며 “상하이, 베이징 등에 사는 중국인들이 회원권을 많이 구입했으며 최근에는 겨울철이 추워서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려는 중국인들을 겨냥해 헤이룽장 성 등 북방도시 쪽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한림읍 재릉지구에 조성되고 있는 ‘라온프라이빗타운’. 골프, 승마 등 각종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이 리조트 회원권은 절반 가까이가 중국인에게 팔렸다. 사진 제공 라온레저개발
제주시 한림읍 재릉지구에 조성되고 있는 ‘라온프라이빗타운’. 골프, 승마 등 각종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이 리조트 회원권은 절반 가까이가 중국인에게 팔렸다. 사진 제공 라온레저개발
제주도 관계자는 “부동산 영주권제도의 시행 메리트로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다”며 “중국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고 자연환경이 좋아 중국인 부자들의 부가 제주도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강원도도 평창 겨울올림픽 준비를 계기로 부동산 영주권제도 도입을 법무부에 건의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올림픽 유치와 겸해서 겨울올림픽 시설단지를 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건의했다”며 “올림픽을 유치한 도시들이 올림픽이 끝난 뒤에 시설 관리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자족형 관광도시를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1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사람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외국인 유입으로 리조트 미분양 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양양국제공항 이용객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원도는 10일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정부지원위원회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건의했으며 법무부 장관도 관련부처 협의를 거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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