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공짜주차와 ‘85%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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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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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 씨는 약속 때문에 시내로 자주 차를 몰고 나온다. 차를 끌고 나오면 무료로 주차할 곳을 어떻게든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료 주차공간이 없으면 도로변에 차를 대고 곧장 자리를 뜬다. 가끔 주차단속에 걸리기도 하지만 이 습관을 바꿀 생각은 없다. 주차 단속에 걸릴 확률과 과태료 비용을 고려한 불법주차 비용(적발될 확률×과태료 부담)이 매번 도심의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는 비용(주차요금)보다 낮다는 게 A 씨의 계산이다.

A 씨의 ‘합리적 선택’은 사회적으로는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무료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탐색하는 과정에서 교통체증이 일어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증가한다. 불법주차로 길까지 막는다면 다른 운전자들은 시간과 기름을 길바닥에서 고스란히 낭비해야 한다. A 씨와 같은 ‘상습 무법자’가 늘면 이를 단속하는 행정 비용도 증가한다. 이 돈은 주민 세금에서 나간다.

해법은 없을까.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주차와 도심 공간과의 관계를 집중 연구해온 도널드 슈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불필요한 자동차의 도심 진입을 유발하는 공짜 갓길 주차(free parking) 공간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주차 요금이 결정되는 시장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 공짜 주차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공짜 주차에 쓰이는 도심 공간의 비용이 실제로 각종 서비스 요금이나 임대료에 반영돼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공짜 주차 공간이 넉넉할수록 자동차 이용이 늘어난다. 너도나도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다 보면 기름 낭비와 환경오염, 교통체증의 외부효과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슈프 교수는 해결책으로 ‘85% 이론’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 도심 주차공간의 점유율이 85%일 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공짜 주차공간을 없애고, 도심 주차공간의 최대 85%만 채우는 범위에서 주차 요금이 결정되는 시스템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운전자들은 합리적인 비용을 내고 언제든지 주차할 수 있고, 불필요한 자동차 운행을 초래하는 공짜 주차에 대한 기대도 없앨 수 있다는 게 슈프 교수의 설명이다.

그런데 어떻게 주차공간 점유율을 85%로 유지할까. 까다로운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벤처기업인 스트리트라인(Streetline)이 내놨다. 이 회사는 올해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센서를 설치해 갓길 주차공간에 주차된 차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스트리트라인의 센서를 통해 갓길 주차공간에 차가 얼마나 주차되는지, 주변의 빈 주차공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실시간 집계하고 시간대, 요일 등에 따라 주차 요금을 탄력적으로 부과할 계획이다. 슈프 교수의 ‘85%의 법칙’에 따라 주차공간을 운용하겠다는 것. 스트리트라인은 더 나아가 일정 구역에 몇 대의 빈 주차공간이 있는지를 스마트폰을 통해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혁신의 아이디어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슈프 교수나 스트리트라인처럼 사회적 문제나 모순, 소비자의 불만과 니즈를 찾고 이를 해결하면 된다. 그리고 공익과 수익을 동시에 창출하는 수익모델을 만들면 된다. 그게 혁신이고, 사회적 공헌이다. 한 가지 주제에 천착한 슈프 교수의 학자적 열정과 기술 혁신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스트리트라인의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는 한 미국은 아무나 따라잡을 수 없는 일등국가다.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0호(2010년 1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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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조직’을 뛰게 하려면 두가지가 필수

▼ Special Report


많은 기업이 실행력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예산과 인력을 투자하지만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 조직적 차원에서 실행력을 키우려면 실행력 부족의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해부해야 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단 한번에, 그것도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조직의 실행력을 강화하려면 일부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적 변화가 아니라 조직 내의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 정재삼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교수가 수행성과 컨설팅 방법론을 토대로 기업의 실행력 향상 방안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직원들 간 갈등 때문에 실행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한 기업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 기업을 심층 진단해보니 성과를 파악할 시스템 자체가 없었고 관리자의 지식이 부족했으며 작업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를 제대로 진단해야 실행력을 높이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수행성과 컨설팅 방법론을 경영 현장에 응용해 실행력을 높일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개처럼 살지 않는 방법? 어린애 같은 솔직함

▼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


안데르센의 유명한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은 인문학적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보고도 어른들은 벌거벗지 않았다고 믿으려 했다. 사기꾼 재봉사가 어리석은 사람이나 불성실한 사람만이 임금님의 옷을 보지 못하고 벌거벗은 몸만을 볼 것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아이만은 자신이 보았던 그대로 외쳤다. “임금님은 벌거벗었네.” 이 아이는 인문학적 정신을 상징한다. 진정한 인문학자라면 일체의 허영과 가식 없이 인간과 사회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아이와 같은 눈을 가지고 있다. 탁오(卓吾)라는 호로 더 유명한 유학자 이지(李贄)는 솔직한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다”고 반성했다. 그는 스스로 한 마리의 개처럼 살았다고 솔직하게 토로하는 순간, 그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었다. 철학자 강신주 씨가 솔직하고 당당하게 사는 법을 제시했다.



기강확립에 일벌백계가 정답이 아닐 수도

▼ 전쟁과 경영


1583년 봄 두만강 유역에서 조선인 통역관이 여진족에게 억류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원 부사 김수와 판관 양사의는 병력을 이끌고 통역관이 잡혀 있는 여진족 마을로 갔지만 간신히 목숨만 건져 돌아왔다. 이를 계기로 여진족이 경원성을 습격했다. 김수는 끝까지 항전해 관아와 창고, 무기고를 지켰지만 선조는 크게 흥분해서 김수를 즉결 처형했다. 선조는 당시 파벌화되고 부패한 조직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만약 선조가 애초부터 파벌을 척결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더라면, 조직의 질서를 잡겠다는 목적으로 일벌백계를 활용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조직이 정당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고 구성원에게서 신뢰를 얻고 있다면 일벌백계는 필요 없다. 합리적인 규정에 의거한 처벌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선조는 공정한 시스템 구축에 실패했다. 임용한 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이 억울한 죽음을 가져온 일벌백계의 폐해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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