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신선-발랄한 보졸레 누보, 그 맛에 빠져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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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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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졸레 누보가 출시됐다. 프랑스 보졸레 지역에서 ‘가메’라는 품종으로 갓 수확한 포도의 신선함을 담아내기 위해서 짧은 시간에 만든 보졸레 누보는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같은 날(11월 셋째 목요일) 출시되는 유일한 와인이다.

국내에도 와인 문화가 막 도입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 보졸레 누보는 많은 언론이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그 이름이 빠르게 알려졌다. 국내에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파티 문화가 거의 없었던 당시에는 그 규모가 어떻든 보졸레 누보 파티만 열리면 기사화될 정도였다. 이때만 해도 보졸레 누보는 언론에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정도로 큰 수혜를 봤지만 불과 2, 3년 만에 언론은 보졸레 누보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당시 언론 보도는 프랑스 현지에선 보졸레 누보가 매우 저렴함에도 국내에서는 고급 와인으로 대접받는다며 열심히 가격을 비교했다. 덕분에 보졸레 누보는 그 와인만이 가진 싱싱하고 활기찬 과일향의 개성을 부각시킬 기회도 못 얻고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당시 언론의 혹독한 비판은 보졸레 누보 그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보졸레 누보가 특정 시기에 큰 인기를 끄는 이벤트성 와인인 것을 이용해 일부 와인 수입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적 보도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동네 편의점에도 와인이 들어와 있을 정도로 저변이 넓어진 2010년 11월, 보졸레 누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와인 회사의 장삿속으로 인해 가격이 부풀려졌다고 비판받았던 보졸레 누보의 가격은 여전히 그때와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9월 수확한 포도를 단기간에 양조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11월 셋째 목요일에 출시하려면 비행기로 운송할 수밖에 없는 이 와인만의 속성은 여전히 변함없기 때문이다.

보졸레 누보의 수입량이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 보졸레 누보가 한창 뜨던 당시만 해도 서울 시내 와인 전문점은 손에 꼽을 정도로 와인 시장 규모가 보잘것없이 작았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와인이 신비로운 음료도 아닐뿐더러 굳이 보졸레 누보가 아니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와인이 나와 있다.

‘아직도 보졸레 누보를 사 마시냐’고 비아냥대는 사람이 많지만 누보에 대한 와인 애호가들의 애정은 변함없다. 법규상 보졸레 누보라고 부를 수 있는 기한은 다음 해 8월 31일까지이지만 사실 이 와인은 태생적으로 ‘보관’이란 말을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생명력이 짧다. 일반 와인에 비해 숙성이란 말을 붙이기 무색한 양조법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모든 것이 신선하면서도 발랄한 누보만의 개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세상에는 몇십 년에 걸친 생명 주기를 가진 와인도 있고 출시 후 고작 몇 달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맛볼 수 없는 누보 같은 와인도 있다. 제 아무리 위대한 와인도 결코 가질 수 없는 누보만의 맛, 누보만의 개성, 올해도 누보를 기다렸던 이유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 주의 와인
랑데부 보졸레 누보 2010, 파스키에 데비뉴

300만 부라는 기록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한 만화 ‘식객’의 주인공 성찬이 영화, 드라마에 이어 와인 라벨에까지 등장했다. 이 와인 라벨을 보면 성찬은 여자 친구에다 자운 할아버지까지 모시고 한잔 걸치고 있다. ‘약속’이라는 뜻의 랑데부는 보졸레 누보를 말해주는 단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누보 출시는 지인들과 약속 잡기에 좋은 핑곗거리다. 라벨 속 성찬처럼 와인글라스까지 준비할 필요도 없이 좋은 사람들과 편하게 마시는 와인이 바로 보졸레 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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