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고객만족보다 중요한 고객가치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한 해를 마무리하는 4분기는 ‘고객만족 시즌’이라 불릴 만하다. 각종 단체에서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이 시기에 발표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KCSI(한국 산업의 고객만족도)와 한국생산성본부의 NCSI(국가고객만족지수)가 대표적이다. 언론사가 주관하는 각종 고객만족 관련 시상도 있다. 이 중 NCSI는 분기마다 발표하지만 12월에 나오는 지수가 파급력이 크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대형마트 주유소 등 상품차별성이 그리 크지 않아 고객만족도와 같은 외부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산업에 대해 평가 결과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이들 산업에 속한 기업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고객만족도 조사가 실시되는 가을이 오면 조금이라도 점수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직원들을 동원해 고객, 특히 만족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나 엽서, 편지를 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일부 기업은 고객 초청 행사를 열기도 한다. 이런 활동들은 꾸준히 시행되는 고객서비스라기보다 고객만족도 점수를 높이기 위한 반짝 이벤트에 가깝다.

고객만족도를 발표하는 단체 중 일부는 고객만족도 향상을 위한 컨설팅 사업도 벌인다. 예를 들면 가을에 실시하는 고객만족도 조사와 유사한 조사를 특정 기업을 위해 봄이나 여름에 먼저 실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고객만족도 향상 방안을 제시해 준다.

고객만족도와 기업성과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실증연구가 있다. 크리스토퍼 이트너와 데이비드 라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고객만족도가 10점 높아지면 고객유지율은 2% 개선되고 매출은 3% 올라갔다.

연구팀은 고객만족도 수준에 따라 기업들을 4개 군으로 분류한 후 군별 기업 시장가치 차이를 분석했다. 각각 고객만족도 평균이 각각 71.7점과 77.2점인 1군과 2군 기업 간 시장가치 차이는 32.2%였다. 평균 고객만족도가 81.2점인 3군의 시장가치는 2군보다 10.3% 높았다. 그러나 고객만족도 차이가 4.5점인 3군과 4군 간 시장가치 차이는 0.7%에 불과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고객만족도가 올라가면 고객만족도를 더 높여봐야 회사 입장에서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이미 높은 고객만족도를 더 높이는 데 투자하기보다는 상품의 질을 개선하고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거나 고객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게 회사의 투자수익률(ROI) 측면에서 낫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10여 년 동안 꾸준히 고객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킨 결과, 이미 유수 외국 기업 수준에 가까운 고객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금융사 등 한국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짝 이벤트로 고객만족도 점수를 올려봐야 비용만 낭비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없음은 물론이다. 계열사나 사업부의 성과 평가에 고객만족도를 지나치게 중시하면 에너지 낭비만 초래할 수 있다. 몇 점의 고객만족도 차이로 기업들을 비교하고 이를 크게 발표하는 행위도 자제하는 게 좋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고객만족도는 결과지표가 아닌 중간지표”라며 “고객평생가치라는 최종 성과지표와 연동해 만족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고객만족도를 관리하는 근본 이유를 돌아봐야 할 때다. 기업은 단지 ‘고객으로부터 얻는 가치’뿐 아니라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향상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고객에게 꾸준히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기업만이 미래에 고객으로부터 더 큰 가치를 얻는 선순환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센터장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9호(2010년 1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이기적 수요예측 통해 컨센서스를 찾아라
Special Report

세계적 시멘트 회사인 세멕스는 마치 레고와도 같은 콘크리트 블록을 이용해 고객들이 손쉽게 집을 지을 수 있는 새로운 건축 공법과 제품을 개발했다. 건축업자들은 덕분에 공사비를 낮출 수 있었고 이를 통한 수요 증가로 세멕스의 시멘트 판매량도 50%가량 늘어났다. 듀폰은 매년 교체해야 하는 구식 호스를 대체하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신제품은 3년간 사용 가능했다. 듀폰은 구식 호스 교체 비용과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기회비용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고객이 경제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최적 가격을 책정하고 영업 활동을 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해 듀폰은 큰 성과를 창출했다. 수요 관리란 수요의 규모와 변동성을 심층적으로 해석해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전략적이고 전사적인 관점에서 수립해 실행하는 경영 활동이다. 수요 변동성이 커지는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효과적 수요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갑자기 뭉친 그리스, 페르시아 대군을 깨다
▼전쟁과 경영


기원전 480년 9월 24일, 살라미스 해협에서 그리스군과 페르시아군 간의 결전이 벌어졌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등 여러 폴리스로 구성된 그리스군의 전력은 378척. 반면 페르시아 원정군 규모는 600척이 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리스군은 기병이 아예 없고 형편없는 궁수나 경보병 정도만 있었다. 반면 페르시아는 제국 내 다양한 국가로 이뤄진 강력한 다국적군을 거느리고 있었다.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는 승리를 확신하면서 근처 산에 올라갔다. 느긋하게 전쟁을 감상하면서 승리를 만끽하려던 것. 그러나 결과는 페르시아의 참패였다. 페르시아가 ‘그리스의 뱀’으로 불리는 아테네 제독 테미스토클레스의 계략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성공과 기존 체제의 위력에 경도되어 경직된 싸움을 벌인 것도 패인으로 작용했다. 페르시아는 그리스군이 제일 유리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잘 싸울 수 있는 방식대로 싸워주는 실수를 저질렀다. 전쟁의 역사가 만들어낸 생생한 교훈을 전한다.

위기관리, 과거의 기록만으로 충분치 않다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거대 보험사 AIG의 전 최고경영자(CEO) 모리스 그린버그는 가장 뛰어난 위험 관리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자랑했었다. AIG는 위험 관리 부문의 선구자로 평가받았고 위험 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까지 따로 두고 있었다.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위험 분석과 관리 측면에서 업계 최강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도 베어스턴스가 건전한 위험 관리에 관한 명성을 쌓은 기업이라고 평했다. 연방전국모기지협회인 패니메이는 뛰어난 신용 문화와 위험 관리 역량이 있다고 평가받았으며, 리먼브러더스 홀딩스 경영진도 위험 관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자주 표현했다. 하지만 이들의 실제 위험 관리는 형편없었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렸다. 기존 위험 관리 접근법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데도 이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험 관리 접근법이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갖고 지나치게 큰 위험을 떠안은 게 화근이었다. 위험 관리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소개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