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고객심리 마케팅 활용 기법

  • 동아일보

“과자는 당장, 채소는 나중에 배달해 달라”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주는지에 따라 소비 행태가 크게 달라진다. 사람들은 좀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기다리기보다는 적은 수익을 당장 손에 쥐는 쪽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DBR 그래픽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주는지에 따라 소비 행태가 크게 달라진다. 사람들은 좀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기다리기보다는 적은 수익을 당장 손에 쥐는 쪽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DBR 그래픽
#1. 아우슈비츠 대학살을 배경으로 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와 레이싱 게임을 다룬 코믹 영화 ‘탈라데가 나이트(Talladega Nights)’. 두 영화의 DVD가 있을 때 사람들은 대개 탈라데가 나이트를 쉰들러 리스트보다 먼저 보고, 반납도 빨리 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쉰들러 리스트를 며칠 전 빌리고 탈라데가 나이트를 늦게 빌린 사람들도 이런 행동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렵고 심각한 영화보다는 가볍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당장 보려 한다.

#2. 미국의 대형 레스토랑인 애플비(Applebee's)는 건강하고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메뉴판에 추가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잇따르자 메뉴를 일부 개편했다. 하지만 정작 저녁을 먹으러 와서 그런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객들은 앞으로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식당에 이렇게 요청을 했지만, 막상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에는 먹고 싶어 했던 기름진 음식을 주문했다. 결국 이 식당은 고객들이 사 먹지도 않을 식재료를 주문하느라 손해를 봤다.

이처럼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지, 아니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주는지에 따라 소비 행태가 크게 달라진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온라인 웹진 ‘날리지@와튼’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이런 성향을 잘 활용하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9호(11월 15일자)에 실린 와튼경영대학원 교수들의 연구 결과를 간추린다.

○ 소비자 심리 알아야하는 이유

캐서린 밀크먼 와튼경영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온라인에서 식료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배달 시간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온라인 식료품 구매 방식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결과 소비자들은 배송 일자를 설정할 수 있는 온라인 식료품 매장에서 주문할 때 스낵이나 디저트류처럼 ‘먹고 싶은 음식’은 당장 배달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야채처럼 몸에 좋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 음식’은 며칠 후에나 배달받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이런 내용을 담은 ‘아이스크림은 곧장, 채소는 나중에: 온라인 식료품 구매 및 주문 리드 타임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마케팅 학술지인 ‘마케팅 레터스(Marketing Letters)’에 소개했다.

연구진은 어떤 식품이 먹고 싶은 품목인지, 아니면 몸에 좋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 음식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소비자 154명이 117개 종류의 식품을 평가하게 했다. 예상대로 초콜릿과 간식류 과자 등 고칼로리 식품은 ‘원하는 음식’으로 분류됐다. 신선한 과일 채소 해산물 등은 ‘필수적인 음식’에 포함됐다.

○ 간식거리가 계산대 옆에 진열된 이유

식료품 주문일과 배송일 차이가 많이 날수록 소비자의 지출 금액은 줄어들고, 주문 명세 중 원하는 음식보다는 필수적인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미래에 소비할 식품을 주문할 때 지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고, 소비자들은 즉각적인 만족이 클수록 좀 더 자유롭게 지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소비자라도 배송 시간을 더 빠르게 할 때 지출 금액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송 시간이 짧을 때 소비자는 충동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비슷한 이유로 주문에서 배송까지 이틀이 걸리는 경우와 닷새가 걸리는 경우를 비교했을 때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하는 음식의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필수적인 음식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온라인상에서 식료품의 주문일과 배송일이 크게 차이가 날수록 해당 소비자가 지출한 전체 금액이 줄었다. 필수적인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대형 마트는 소비자들의 이런 경향을 잘 활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식료품점을 방문할 때 매장에 들어서면 먼저 채소가 눈에 들어오며 간식거리는 계산대 주변에 진열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구매를 하는 시점에서 멀수록 건강에 도움을 주는 필수적인 음식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만, 정작 계산대 앞에서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원하는 식품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가게 주인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 비즈니스 현장과 학교 등에서의 활용법

이처럼 사람들은 좀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기다리기보다는 적은 수익을 당장 손에 쥐는 쪽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결정으로 인한 결과가 먼 미래가 아니라 단기간 내에 실현될 때 사람들은 좀 더 충동적으로 행동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내일 당장 봉사활동을 하는 쪽보다는 2주 후에 자선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쪽을 선택한다. 또 유권자들은 실행이 어렵지만 반드시 실행되어야 하는 정책을 당장이 아니라 미래에 실행하겠다고 외치는 후보를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려 한다.

다양한 조직에서 소비자들의 이런 성향을 활용할 수 있다. 소매업체들은 쇼핑객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관심품목 목록을 제공하는 추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주문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소비자들에게 언제 배송을 원하는지 물어서 만약 소비자가 다음 주에 배송을 받겠다고 선택한다면 고칼로리 식품보다는 건강에 좋은 식품을 우선 추천하는 방식이다. 또 소비자들이 배송 시간을 짧게 선택할 때와 길게 선택할 때 각기 다른 습성을 드러낸다는 점을 이해하면 수요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기업의 구내식당이나 학교 카페테리아에서도 마찬가지로 응용될 수 있다. 기업이나 학교는 구성원들이 식당에서 바로 메뉴를 선택하게 하지 않고, 식사를 하기 한 주 전에 미리 식단을 주문하도록 요청해 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 사전에 건강에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 뒤 이 선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면 조직원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심어줄 수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9호(2010년 1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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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80년 9월 24일, 살라미스 해협에서 그리스군과 페르시아군 간의 결전이 벌어졌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등 여러 폴리스로 구성된 그리스군의 전력은 378척. 반면 페르시아 원정군 규모는 600척이 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리스군은 기병이 아예 없고 형편없는 궁수나 경보병 정도만 있었다. 반면 페르시아는 제국 내 다양한 국가로 이뤄진 강력한 다국적군을 거느리고 있었다.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는 승리를 확신하면서 근처 산에 올라갔다. 느긋하게 전쟁을 감상하면서 승리를 만끽하려던 것. 그러나 결과는 페르시아의 참패였다. 페르시아가 ‘그리스의 뱀’으로 불리는 아테네 제독 테미스토클레스의 계략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성공과 기존 체제의 위력에 경도되어 경직된 싸움을 벌인 것도 패인으로 작용했다. 페르시아는 그리스군이 제일 유리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잘 싸울 수 있는 방식대로 싸워주는 실수를 저질렀다. 전쟁의 역사가 만들어낸 생생한 교훈을 전한다.

위기관리, 과거의 기록만으로 충분치 않다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거대 보험사 AIG의 전 최고경영자(CEO) 모리스 그린버그는 가장 뛰어난 위험 관리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자랑했었다. AIG는 위험 관리 부문의 선구자로 평가받았고 위험 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까지 따로 두고 있었다.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위험 분석과 관리 측면에서 업계 최강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도 베어스턴스가 건전한 위험 관리에 관한 명성을 쌓은 기업이라고 평했다. 연방전국모기지협회인 패니메이는 뛰어난 신용 문화와 위험 관리 역량이 있다고 평가받았으며, 리먼브러더스 홀딩스 경영진도 위험 관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자주 표현했다. 하지만 이들의 실제 위험 관리는 형편없었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렸다. 기존 위험 관리 접근법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데도 이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험 관리 접근법이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갖고 지나치게 큰 위험을 떠안은 게 화근이었다. 위험 관리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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