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친환경 LED 유럽서 ‘發光’

  • 동아일보

세계최대 전자부품 박람회 ‘일렉트로니카 2010’ 현장


9일(현지 시간) 개막해 12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일렉트로니카 2010’에서 독일의 공장 자동화 기계 생산업체인 ‘피닉스 콘택트’는 이번 박람회의 테마인 ‘자동차’와 ‘환경’에 걸맞게 잔디로 뒤덮인 자동차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사진 제공 일렉트로니카 2010
9일(현지 시간) 개막해 12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일렉트로니카 2010’에서 독일의 공장 자동화 기계 생산업체인 ‘피닉스 콘택트’는 이번 박람회의 테마인 ‘자동차’와 ‘환경’에 걸맞게 잔디로 뒤덮인 자동차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사진 제공 일렉트로니카 2010
눈이 부셔 눈앞이 캄캄했다. 9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부품 박람회 ‘일렉트로니카 2010’은 차세대 조명 기술의 총천연색 전시장 같았다. 전기전자 업체들은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새 조명기구를 잔뜩 선보였다. 전자업체와 손잡은 자동차업체는 LED 헤드라이트를 들고 나왔다. 전시장 천장에서는 강한 조명 불빛이 내려왔지만 전시장 바닥에서는 참여 업체가 저마다 들고 나온, 강렬한 빛을 쏟아내는 조명 샘플들이 그보다 더 밝은 ‘빛의 전시회’를 만들었다.

○ 유럽에 부는 한국의 녹색바람

이번 박람회의 테마는 ‘자동차’와 ‘환경’이었다. 참여 업체들은 저마다 자동차 조명을 들고 나왔다. 독일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 조명업체 오스람은 행사장에 가장 큰 전시공간을 꾸미고는 아우디 승용차를 통째로 올려놓았다. 아우디 승용차의 전조등과 후미등을 오스람이 LED로 만들어 공급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낮에도 차량의 조명을 켜고 달리게 하는데 LED는 차량의 전력소모를 줄여 친환경적인 동시에 조명의 수명 자체도 일반 전조등이나 후미등보다 10배 이상 길어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서울반도체도 이탈리아의 고급 경주용차 알파로메오와 현대자동차 등에 쓰이는 LED 조명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서울반도체는 LED로 직접 헤드라이트와 가정용 전구 등 최종 조명 제품을 만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오스람이나 GE, 필립스 등의 전자업체와는 달리 서울반도체는 이런 전자업체에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만을 판매하는 회사다. 이 덕분에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업체 보쉬 등은 물론이고 일부 영역에서 경쟁하는 오스람조차 서울반도체의 주요 고객이다.

서울반도체 유럽법인의 마누엘 사라우사 부사장은 서울반도체의 성공 원인에 대해 “인텔이 반도체를 만들어 PC 제조업체에만 팔고 자기들은 직접 PC를 만들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LED를 활용한 완제품인 조명기구는 전혀 만들지 않고 핵심부품인 LED만 팔기로 한 전략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견제가 줄었고 특정 분야에 집중해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단일 품목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서울반도체 LED 수요 증가로 급성장

최근 LED는 자동차 조명을 넘어 사무실과 가정에서 쓰이는 일반 조명으로도 활용장소를 넓히고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 최대의 유통업체 미그로는 최근 모든 슈퍼마켓 매장의 조명을 서울반도체의 LED로 교체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기존의 형광등 조명보다 설치비가 많게는 10배 이상 들어가지만 워낙 조명을 강하게 오래 켜두는 곳이라 1년만 쓰면 아낀 전기료가 초기 설치비보다 많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뮌헨 공항과 취리히 공항도 조명을 여러 조명업체의 LED로 바꾸고 있다. 에너지효율이 높고 전구 수명이 오래가는 LED 본래의 특성이 주목을 받으면서 LED 제품으로는 일본 니치아와 독일 오스람에 이은 세계 3위 업체인 서울반도체가 함께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반도체의 5년 전 매출액은 1473억 원. 3년 전에는 2502억 원이었고 작년에는 4534억 원으로 뛰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2배로 뛴 8700억 원이다. 서울반도체의 성공은 TV에서 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성장하면서 고급 TV로 ‘LED TV’를 들고 나오자 LED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울반도체도 크게 성장했고 품질을 인정받았다. 사라우사 부사장은 “우리는 TV에 이어 자동차 조명 분야에서 두 번째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미래에는 집에서도 LED 조명을 쓸 수 있도록 값싸게 LED를 대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뮌헨=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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