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혁신 챔피언’ 모험정신 북돋워야 사내 기업가정신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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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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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조직에서는 혁신적 신규 사업 아이디어가 자주 나온다. 하지만 혁신적 신규 사업은 기존 기업 조직, 업무 진행 절차, 조직 문화와 융화되기 어렵다. 사내 기업가정신이 기존 조직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조직원들간 신뢰 관계가 정착돼야 한다. DBR 자료 사진
사내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조직에서는 혁신적 신규 사업 아이디어가 자주 나온다. 하지만 혁신적 신규 사업은 기존 기업 조직, 업무 진행 절차, 조직 문화와 융화되기 어렵다. 사내 기업가정신이 기존 조직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조직원들간 신뢰 관계가 정착돼야 한다. DBR 자료 사진
흔히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창업 활동과 관련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새로운 기업을 일으키는 창업활동은 기업가정신이 발현되는 한 형태일 뿐이다. 기업가정신은 적절한 지식이나 기술을 이용해 다른 이들이 미처 간파하지 못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해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행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기업들도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사내 기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 또는 intrapreneurship)’이라고 부른다.

이미 특정 사업 분야에서 기업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기존 기업들의 기업가정신은 창업활동에 필요한 기업가정신과는 다른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 김학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론 신사업 발굴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모기업의 일부 조직을 분사(spin-off)하는 방식은 창업활동과 매우 유사하다”며 “그러나 기존 기업 내에 이미 정착된 핵심 사업 분야의 수익창출 모형을 개선하거나 수익성이 있는 새로운 사업 분야를 기존 기업 내부에 정착시키는 활동은 창업과는 또 다른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울컷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 등은 2007년 유명 경영학 학술지인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에 여러 기업 사례를 분석해 사내 기업가정신의 발현 유형을 정리했다. 이들은 크게 신규 사업 발굴을 책임질 별도의 공식 조직이 있는지와 별도의 전용 재원이 있는지에 따라 네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8호(2010년 11월 1일) 스페셜리포트에 소개된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기회형 사내 기업가정신

혁신적 신규 사업 발굴을 전담할 공식 조직도, 전용 예산도 없는 상태다. 실제 모든 기업의 사내 기업가정신은 바로 이 기회형에서부터 출발한다. 여러 가지 제약 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개별 조직원들이 혁신적 노력을 기울여 신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다. 이러한 기회형 사내 기업가정신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 및 기업 내부 조직 계층 간 신뢰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상시 가능형 사내 기업가정신


기업 내외부에 신사업을 담당할 별도의 전담조직이 있진 않지만 사내 기업가정신 발현에 필요한 별도의 재원이 확보된 경우다. 조직원 누구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고, 최고경영진은 일정한 선정 기준에 따라 유망한 아이디어를 선정해 사업화한다.

전체 업무 시간의 약 20%를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에 자유롭게 투입할 수 있는 구글이 대표적인 예다. 구글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팀을 형성해 사업모델을 개발한 뒤 최고경영진 앞에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유망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사업화하기 위한 재정 지원이 뒤따른다. 김학수 연구위원은 “특정 조직이 아니라 전사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상시 가능형 사내 기업가정신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 적합하다”며 “우리나라에서도 NHN, 다음 등이 이러한 형태로 신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시 가능형 사내 기업가정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 구성원들의 혁신 성향이 강해야 한다. 최고경영진은 미래 기술 변화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 조직원들이 아무리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이를 감별할 수 있는 선구안이 없다면 기업가정신이 발현되기 어렵다.

○옹호형 사내 기업가정신

상시 가능형과 반대로, 사내 기업가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한 전담조직은 있지만 별도의 재원이 없는 경우다. 연구개발(R&D)센터나 기술연구소가 신사업 탐색 및 발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독자적으로 예산을 갖고 있기보다 기존 사업 부문과 연계해 필요에 따라 재원을 조정한다. 아이디어 발굴부터 상업화에 이르는 각 사업화 단계에서 기존 사업 부문들의 변화를 독려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옹호형 사내 기업가정신의 성공 여부는 전담조직을 누가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각 사업 부문 리더들과 함께 막힘없이 논의할 정도로 탁월한 역량을 갖췄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추진력까지 갖춘 전문가 집단이 전담조직을 맡아야 한다. 또 별도의 재원이 없는 상태에서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가 앞장서서 전담조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생산자형 사내 기업가정신


상당한 규모의 전용 재원을 확보한 공식 조직이 사내 기업가정신 확산의 첨병 역할을 하는 형태다. 국내에선 삼성전자나 현대전자, 해외에선 모토로라, 카길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 형태를 취하고 있다.

기존 조직의 관리자들은 대개 ‘단기성과’로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의 사업화가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 할지라도 당장 자신의 성과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굳이 리스크를 떠안으려 하지 않는다. 풍부한 예산을 확보한 별도의 전담조직을 두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의 인센티브 구조로 인해 혁신적 아이디어나 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생산자형 사내 기업가정신이 성공적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별도로 설치된 전담조직이 기존 사업부문을 위협하는 조직이 아니라 협조하는 부서라는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내부 정치에 능통한 고위급 인사가 전담 조직의 장을 맡아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기존 조직문화와 상충 최소화가 관건

김학수 연구위원은 “어떤 유형의 사내 기업가정신을 추구할지는 기업의 비전과 현재 여건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며 “기업의 최고경영진은 특히 이러한 혁신 과정들이 기존 조직문화와 상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처해야 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존 조직 내에서 혁신적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기업들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재의 핵심 사업 분야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재의 고객과 기술 수준에 맞춰서 조직되고 운영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혁신적 사업 분야들은 기존 조직 환경과 다른 독자적이고 고유한 조직 환경을 요구한다. 특히 예산과 인사 관련 분야가 그렇다. 김 연구위원은 “성공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큰 신규 사업 부문을 지원해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 챔피언’ 배출 시스템 구축해야

사내 기업가정신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과 개방형 혁신을 확산시키기 위해 최고경영진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현숙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경영층의 확고한 의지 없이 내부 조직이나 사업부 단위에서 혁신 활동이 저절로 벌어지기를 기대하는 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리더를 맡는 중간 관리자층은 권한 이양(empowerment)과 후원(sponsor)을 통해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현숙 교수는 “이러한 문화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혁신 챔피언(innovation champion·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기존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의욕적인 자세를 갖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이 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8호(2010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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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은 포탄 떨어지는 곳에서도 대화를 했다
Creative Facilitation

내년도 전략을 수립하는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다음 에피소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째, 윈스턴 처칠은 평소 “내가 바란 것은 적절한 토론을 한 뒤 사람들이 나의 의지에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전쟁에서 전략이 필요한 긴박한 순간조차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했다고 한다. 둘째, 영국의 철학자 로이 바스카는 전략적 사고는 보이는 것의 배후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해서 그 의미를 읽는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런 에피소드가 기업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전략을 수립할 때 소수의 임원이나 컨설턴트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은데, 데스크에 앉아서 전략을 수립하면 현장과 동떨어진 아이디어가 나올 위험이 있다.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경영 환경에 대비하고 실행 가능성이 높은 전략을 짜려면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그 방법론을 소개한다.

펩시가 코카콜라를 제칠 수 있었던 건 ‘포용 리더십’
▼Lessons from the Past


펩시는 2006년 역대 5번째 최고경영자(CEO)로 인드라 누이를 선임했다. 그는 이민 2세 미국인도 아닌 인도인이었다. 펩시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이기도 했다. 펩시에서 인도인 여성이 CEO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성을 높이려는 노력 덕분이었다. 실제로 펩시에는 유색인 여성 직원과 백인 상사가 서로 짝을 이뤄 코칭을 해주는 ‘파워 페어스(Power Pairs)’라는 제도가 있다. 백인 상사는 유색 여성 직원들에게 직장 내 성공법을 알려주고, 유색 여성 직원은 미국 내 유색 인종 사회의 특성이나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관리자에게 코칭해 준다. 펩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다양한 사고가 가능한 조직문화 덕이었다. 다양성을 장려하는 포용 리더십이 재무적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21세기는 다른 것을 나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포용 리더십의 시대’다. 포용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사용자 경험 한 차원 높이는 ‘인터페이스 스퀘어드’
▼METATREND Report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인 에픽윈(EpicWin)은 언뜻 보기에는 매일 할 일을 적어 두는 메모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앱의 사용자는 메모장 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이머가 된다. 일상적으로 하는 설거지나 세차가 게임이라는 인터페이스를 거치면 뿌듯함이라는 가상의 보상을 주는 감정적 이벤트가 된다. 하트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연주자들의 감정을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시각화한다. 이들은 연주자들에게 심장 박동을 체크하는 센서를 착용시킨 뒤, 이들의 심박수를 담은 데이터를 악보로 만든다. 연주자들은 자신의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악보를 그대로 음악으로 연주한다. 무대 뒤편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심박수 데이터가 다양한 시각 효과로 변환돼 나타난다. 정해진 악보에서는 찾기 힘든 연주자의 감정 변화가 센서와 그래픽을 통해 청중에게 전달된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다채롭고 복합적인 경험을 줘서 사용자 경험을 한 단계 높이는 ‘인터페이스 스퀘어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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