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Golf]3년간 30만km 누빈 ‘불도저 병원장’의 골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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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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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표 서울 세란병원장, 진천 크리스탈카운티CC… 2년9개월만에 시범라운드

3년 전 구입한 메르세데스벤츠 S500 차량의 마일리지 계기반은 어느새 30만 km를 향하고 있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274km를 달린 셈이다. 이 차의 주인은 누굴까. 홍광표 세란병원장 겸 크리스탈밸리CC 회장(61·사진).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병원과 골프장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그는 내년 3월 충북 진천에 크리스탈카운티CC를 개장한다.

홍 회장은 2007년 12월 진천에 골프장을 지을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틈나는 대로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 4월 착공한 뒤부터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전에 서울 종로구 무악동 세란병원에 출근했다가 점심 때는 진천으로 내려갔다. 골프장 조경용 소나무가 유명한 곳이라면 강원도 오지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샅샅이 훑었다. “서울에서 강원 양양을 갔다가 동해안을 따라 경북 경주까지 내려간 뒤 진천에 들러 귀경한 적도 있어요. 하루에 1200km는 이동한 것 같아요.”

이런 열정과 불도저 같은 뚝심으로 크리스탈카운티CC는 사업 추진 2년 9개월 만인 지난달 시범 라운드에 들어갔다. “보통 골프장 하나 만들려면 빨라도 5년은 걸리는데 운이 좋았어요. 인·허가를 받는 시기가 마침 정부에서 규제 철폐를 강조하던 때라 신속했고요. 공사 기간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날 목표를 매듭짓도록 밀어붙였죠.”

109만 m²(약 33만 평)에 이르는 골프장 용지를 5, 6개 구역으로 나눠 동시다발로 작업에 나섰다. 하루에 불도저 수십 대와 덤프트럭 수백 대가 들락거렸다.

토지 매입부터 지난달 시범 라운드 실시까지 불과 2년 9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크리스탈카운티CC는 109만 ㎡에 이르는 수림지를 많이 살려 개장한 지 몇 년 지난 코스처럼 안정된 풍광을 지녔다. 사진 제공 크리스탈카운티CC
토지 매입부터 지난달 시범 라운드 실시까지 불과 2년 9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크리스탈카운티CC는 109만 ㎡에 이르는 수림지를 많이 살려 개장한 지 몇 년 지난 코스처럼 안정된 풍광을 지녔다. 사진 제공 크리스탈카운티CC
정형외과 전공의인 홍 회장은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1980년대 초반 골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1990년대 중반 병원 증축 공사를 하다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허덕여 그 탈출 방법으로 골프 연습장을 열었다. 2002년 3월에는 경기 가평의 골프장을 인수해 2004년 크리스탈밸리CC를 개장했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홍 회장은 고향 근처에 골프장 용지를 물색하다 진천에 둥지를 텄다. 크리스탈카운티CC는 명품 퍼블릭 코스를 지향한다. 7254야드의 전장에 어떤 홀은 페어웨이 폭이 75m에 이르러 호쾌한 장타를 날릴 수 있다. 18홀 평균 고도는 100∼200m여서 아늑한 편이다.

핸디캡 12의 골프 실력에 크리스탈밸리CC를 경영한 경험을 살려 홍 회장은 직접 나침반을 들고 티박스와 그린의 위치를 챙겼다. 남북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 햇볕이 잘 들게 했다. 홀 내에서는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업다운을 줄였다. 동해안에서 이식한 적송 2300그루를 비롯해 45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풀과 꽃, 나무도 전부 생명이 있지 않습니까. 환자 치료하듯 정성을 쏟았어요.”

보통 시범 라운드라고 하면 황량한 느낌을 주기 일쑤다. 하지만 원시적인 수림지를 많이 살려 개장한 지 2, 3년이 지난 코스처럼 안정된 풍광을 지녔다. 홍 회장은 “국내 골프장 사업은 세금과 공급 과잉으로 위기를 맞았다. 차별화만이 살길이다. 두 군데 코스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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