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농산물 가격은 폭등과 폭락이 반복될까. 왜 정부는 농산물 공급량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일까.”
배추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농수산물 유통구조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농수산물의 특성상 유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유통채널 다변화와 공급량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유통채널 다변화할 필요
신세계 이마트가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 동안 무, 대파, 시금치, 양파, 고추, 애호박, 쌈채소, 고구마 등 농산물 8종을 6.3∼38.5% 할인 판매한다. 가격이 폭등한 배추는 포기당 6450원으로 동결했다. 홈플러스도 7일부터 일주일간 배추, 고추 등 채소류를 최대 30%까지 싸게 판매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요즘 배추 소비자 가격이 산지 가격보다 최대 4배 이상 비싼 것은 농산물의 독특한 유통구조 때문이다. 현재 농산물 유통구조는 ‘생산농가→산지수집상→도매시장→중·도매상→소매업체’로 돼 있다. 한 전문가는 “영세농가가 많아 수집 과정에서부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도매시장을 거치면서 비용이 추가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농산물은 수집상이 농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상품을 도매시장에 넘기면 상인들이 경매로 상품을 낙찰 받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물류비용+하차 및 적재비용+도중에 발생하는 상품 손실+도매 수수료(낙찰가의 4∼7%)의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포전거래(속칭 ‘밭떼기’)를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순기능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승용 박사는 “포전거래는 일종의 선물거래로 농가 입장에서 위험을 감소시켜준다”며 “작황 부진일 때 대신 책임져주는 사람도 없고 보험도 없기 때문에 농민들은 일종의 안전판으로 포전거래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체 유통량의 80%가 포전거래로 이뤄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문제라는 것. 국 박사는 “포전거래를 무조건 막기보다는 그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중앙회를 통한 정부 계약재배 △대형 유통업체의 계약재배 △산지와 소비자 직거래 △인터넷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정부 ‘예측가능성’ 높인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유통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유통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다. 1차적으로 구조 개선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수급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재배에 시간이 걸리는 농산물의 특성상 공급의 탄력성이란 사실상 없다”면서 “따라서 예측가능성을 높여 수요와 공급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생산자협회 조직 등을 통해 재배농가의 영세성을 극복해 유통비용을 줄일 방침이다. 농가들이 생산자협회 등을 통해 조직화되면 소비자 단체와 연계하는 직거래를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정부와 대형 유통업체의 계약재배 물량도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주요 농산물 17개 품목의 계약재배 비율은 생산량의 10%이지만 배추의 경우 6%대에 불과하다”며 “이를 2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배추의 경우 포전거래가 대부분이라 정부 입장에서는 공급 예측 등을 정확하게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계약재배 확대 등 채널 개선이 이뤄지면 유통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지만, 더 큰 효과는 공급량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 급등이나 폭락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월동배추 풀리면 값 폭락 우려도 ▼ 농식품부 “가능성 충분… 김장 1∼2주 늦춰달라”
배추 가격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월동배추가 시장에 출하되는 12월 이후에는 가격이 급락해 생산농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6일 충북 괴산으로 현장방문을 나선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김종석 전국농산물산지인 중앙연합회 회장은 “월동배추 물량이 쏟아질 때 공급이 넘쳐나면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생각해 봤느냐”고 했다. 김 회장이 가격폭락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월동배추 재배 면적이 늘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월동배추 재배 면적이 지난해에 비해 8%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날씨도 좋아 월동배추 예상 생산량은 45만3000t으로 지난해에 비해 5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 급락)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김장을 1, 2주만 늦춰달라고 하는 것이고 이는 농가와 소비자에게 모두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지금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경기 지역의 한 산지유통인은 “지금 어린 배추까지도 조기 출하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며 “물량을 당겨서 출하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이 지속될 것이라 보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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