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글로벌 4위 부상한 대만 HTC 본사 가보니

  • 동아일보

외국인재 1000명 R&D 배치… 세계 최고제품 도전

피터 저우 HTC 대표
피터 저우 HTC 대표
“갤럭시S보다 사용자환경(UI)이나 디자인은 우리 것이 더 재밌다(fun).”

6일 대만 타이베이 시 HTC 본사에서 만난 피터 저우 대표(52)는 해진 청바지에 캐주얼한 양복 상의를 입고 나타났다. 그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직접 사용해 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잠깐 만져봤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HTC 제품이 한국 시장에선 판매가 부진하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저우 대표는 “우리 제품이 한국에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한국은 삼성의 ‘홈그라운드’가 아니냐”며 “최근 한국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어 우리에게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 지난해 삼성-LG전자 꺾어


세계 2위 휴대전화 메이커인 삼성에도 당당한 HTC지만 불과 3년 전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선 무명에 가까웠다. 개인휴대정보기(PDA)와 휴대전화를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납품하면서 성장했는데, 지난해에야 OEM을 완전히 접고 자체 브랜드 제품만 생산하고 있다. 이런 HTC가 2009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토로라 등을 모두 꺾고 노키아와 림(RIM), 애플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랐다.

특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에서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구글이 운영하는 모바일 광고업체 애드몹에 따르면 자사(自社) 네트워크에 등록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1270만 대 가운데 HTC 제품이 53%로 1위를 차지했다. 존 왕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전 세계에서 HTC의 휴대전화가 0.87초 만에 한 대꼴로 팔리고 있다”며 “올 3분기(7∼9월)까지 1500만∼1600만 대가 팔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이미 50%나 초과했다”고 자랑했다. 이에 힘입어 HTC는 올 3분기에만 매출 2조7530억 원, 영업이익 4500억 원을 올려 스마트폰 대응 실패로 두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LG전자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 HTC 성공신화 비결은

이 회사의 브랜드 슬로건은 ‘quietly brilliant(조용히 뛰어나다)’다. 왕 CMO는 “조용하지만 행동으로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는 요란을 떨지 않고 겸손하게 소비자의 관점에서 제품을 만든다”고 했다. 비교적 신생기업인 데다 OS 플랫폼 업체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다 보니 스스로 몸을 낮추는 데 익숙해 보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진출만큼은 결코 조용하지 않았다. 노키아 등 일반 휴대전화(피처폰) 시장의 강자들이 기존에 이룬 성과에 취해 스마트폰 시장을 ‘틈새시장’으로 치부할 때 HTC는 스마트폰의 파괴력을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왕 CMO는 “다른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에 비해 작은 HTC가 어떻게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했다”며 “결국 스마트폰에 집중해서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어내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6일 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HTC 본사에서 한 소비자가 전시된 스마트폰을 만져보고 있다. HTC는 과감히 스마트폰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LG를 꺾고 세계 4위에 올랐다. 타이베이=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6일 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HTC 본사에서 한 소비자가 전시된 스마트폰을 만져보고 있다. HTC는 과감히 스마트폰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LG를 꺾고 세계 4위에 올랐다. 타이베이=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스마트폰으로 방향을 잡고 나서 HTC는 연구개발(R&D)에 사활을 걸었다. 전 직원의 30%가 넘는 약 3000명을 R&D 부서에 배치하고, 이 중 1000명을 외국인으로 채웠다. 세계 각국 소비자의 취향을 제품 개발에 반영하기 위한 것. 저우 대표는 “그리스 일본 인도 등 전 세계의 유능한 인재들을 가리지 않고 뽑았다”며 “세계 각지에 흩어진 연구 인력들이 함께 작업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HTC는 구글과 함께 2008년 9월 세계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구글폰(G1)’을 내놨고, 지난해에는 넥서스원을 출시했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회사 인지도가 높아지자 2009년에는 자체 브랜드로 승부하기 시작했다.

IT 업계에선 특히 HTC의 ‘센스’ UI에 주목한다. 철저히 소비자 중심의 편리함으로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예컨대 이르면 다음 달 HTC가 한국에 내놓을 신제품 ‘디자이어 HD’의 경우 휴대전화가 가방 안에 있으면 이를 센서가 자동으로 인지해 평소보다 벨소리를 더 크게 울린다. 또 전화가 오면 상대방의 이름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의 사진과 업데이트 내용까지 동시에 보여준다.

저우 대표는 “HTC는 앞으로 독특한 개성을 갖춘 고급 스마트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HTC가 언론 브리핑 말미에 보여준 홍보 CF의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렬했다. ‘당신이 휴대전화를 알 필요는 없습니다. 휴대전화가 당신을 알 겁니다.’

타이베이=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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