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포스코의 ‘인수회사 끌어안기’ 정반대 전략

  • 동아일보

“오일뱅크 ‘현대式’ 개혁” vs “대우인터 문화 존중”

인수합병(M&A) 후 조직 통합을 위해 해병대에 훈련 가는 회사와 기존의 문화를 흔들지 않으려고 간섭을 최소화하는 회사, 둘 중 어떤 회사가 조직 융합에 더 성공적일까.

최근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인터내셔널의 주인이 된 포스코의 조직통합작업 분위기가 사뭇 대조적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이 현대가(家)의 일원으로 느끼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반면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이 “주인 바뀐 것을 실감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한 발짝 물러서 있다.

○ 현대오일뱅크, 가족 현수막 걸어

5일 찾아간 서울 중구 연세빌딩에 입주한 현대오일뱅크 사무실 입구에는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의 가족이 되었습니다’라고 써 있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6일 홍보팀 직원은 “인수 직후인 9월 초부터 걸어놓은 현수막”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2000여 곳에도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은 현수막 설치 제한 규정 때문에 제외됐다.

사무실 내부에는 현대가의 사훈인 ‘근면 검소 친애’가 쓰인 액자가 걸려 있었다. 권오갑 사장과 문종박 경영지원본부장(전무) 등 현대중공업에서 옮겨온 7명은 “현대오일뱅크에 현대의 DNA를 심겠다”는 목표로 조직 융합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근시간이 기존 오전 9시에서 8시로 1시간 앞당겨진 것에서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은 회사 주인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출근시간인 8시에 맞춘 것이다. 해병대 훈련도 갔다 왔다. 2일 권 사장과 현대오일뱅크 팀장급 이상 간부 전원은 경기 김포에 있는 해병 2사단에 입소해 일일 해병체험을 했다. 권 사장은 “‘하면 된다’는 현대정신을 공유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대우인터, ‘주인 바뀐 거 맞나?’

반면 대우인터내셔널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포스코가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직원들은 변화를 못 느끼고 있다. 한 직원은 “지난주 금요일 주주총회와 부회장 취임식에서야 주인이 바뀐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조직문화를 흔들지 않겠다는 포스코의 전략 때문이다. 이동희 부회장은 1일 취임사에서 “대우인터내셔널만의 고유한 문화와 가치, 장점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면서 포스코 패밀리의 일원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본사에서는 흡연하면 임원 승진도 힘들지만 대우인터내셔널 직원의 흡연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한 과장은 “포스코가 인수한다고 했을 때 담배를 끊어야 하는가 걱정부터 했었다”며 “아직 아무런 얘기가 없어 의외”라고 말했다. 신임 경영진과 기존 직원과의 만남도 이 부회장 첫 출근날인 지난달 20일 이후 부서별로 돌아가며 인사한 게 전부다.

김상욱 대우인터내셔널 이사는 “신임 경영진은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와 대우인터내셔널의 사업영역, 조직문화를 파악하고 시너지를 낼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조만간 소폭의 조직개편만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양사 분위기 차이 왜?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의 분위기가 다른 이유는 인수회사와의 친밀감 정도와 오너그룹·비오너그룹 간 문화 차이에서 왔다고 재계는 분석한다. 현대오일뱅크는 9년간(2001∼2010년)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가 운영했지만 그전 9년 동안은 현대그룹 계열사였다. 따라서 공유하는 문화가 있고 이를 교감을 통해 회복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반면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은 문화를 공유한 적이 없는 데다 제조업과 종합상사의 사업방식, 조직문화가 달라 쉽게 동질화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대우인터내셔널로서는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외부 조직에서 온 최고경영자라는 점도 기존 조직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한 요소다.

오너와 비오너 회사의 차이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컨설팅회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오너그룹에 편입된다는 건 단순히 비즈니스를 넘어서는 일”이라며 “지금 어떤 방식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고 몇 년이 지나면 어떤 방식이 각사가 처한 상황에 더 효과적이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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