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판서… 식당에서… ‘金치’가 사라졌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28 03:00수정 2010-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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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냉해-고온-폭우 겹쳐 품귀… 없어서 못사
김치업체도 직격탄… 공장 가동 중단 잇달아
《 “엄마, 학교에서 김치 찾아보기 힘들어.” 김치 파동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올봄 냉해와 여름철 폭염, 가을까지 이어진 폭우와 태풍으로 배추를 비롯한 야채 값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김치는 ‘금치’가 되고 있다. 학생들의 급식 식단은 값비싼 야채를 피해 짜이고 있고 웬만한 식당에서는 김치 대신 깍두기가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
○ 급식 식단에서 김치가 사라진다

27일 낮 대전의 한 초등학교 급식시간. 반찬으로 미역국에 닭다리간장조림, 오징어초회, 오이무침이 나왔다. 평소 식단에 빠지지 않았던 김치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대전시청 구내식당 점심식단에도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가 나왔다.

학생과 교직원이 910명인 대구 D초등학교는 8월까지 사용했던 친환경 농산물을 9월부터 일반 농산물로 바꾼 데 이어 10월부터는 김치를 아예 식단에서 빼기로 했다. 학교 측은 “식자재 납품업체에 10월 배추 물량 300포기를 독촉했지만 ‘시중에 배추가 없어 힘들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여중고교는 배추김치를 무김치로 바꿔 내기로 했다. 추석 전 학교에 김치를 공급하는 업체에서 배추김치 물량이 없어 당분간 무김치로 대체해야겠다는 공문을 보내온 것. 광주 상무고는 10월부터 일주일에 2회 제공하던 과일 등 후식을 1회로 줄이기로 했다. kg당 2700원에 공급받았던 김치를 다음 달부터 3150원으로 계약해 전체 급식비용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김혜연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잡채에 시금치도 넣기 힘들다”고 말했다. 광주 조봉초등학교도 매일 제공하던 후식을 주 3회로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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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마트, 포장김치업체까지 파동

김치업계 긴급 대책회의 배추 등 김치 원재료 가격 폭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포장김치 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모임을 갖고 가격 인상 등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일반 식당들도 ‘김치폭격’을 맞고 있다. 냉면을 파는 대전의 S식당은 개업 이후 처음으로 최근 국내산 김치를 중국산으로 바꿨다. 주인 홍모 씨(66)는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을 수 없어 ‘중국산’으로 표기했다”고 말했다. 배추값 폭등이 김치 수입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김치수입액은 442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49만1953달러보다 32%나 늘었다.

대상 풀무원 CJ 동원 등 포장김치 생산업체들은 가중된 원가부담으로 이미 4, 5월부터 손해를 보면서 김치를 팔고 있는 상황이다. ‘종가집 김치’를 생산하는 대상FNF 문성준 팀장은 “기상여건으로 계약된 물량조차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초등학교 여러 곳에 김치를 대고 있는 동원농산김치 영업관리부 김영식 과장은 “일부 작은 업체는 손을 든 상태”라며 “올해는 흑자는 고사하고 적자를 얼마나 줄이느냐로 경쟁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치제조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충북 보은에 있는 한 김치제조업체는 27일부터 직원 160명 중 절반만 출근시키고 생산물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회사 측은 “하루 10t의 김치를 150개 학교에 공급해 왔으나 재료를 구입하지 못해 부분 가동하기로 했다”며 “대부분의 학교와 1년 계약으로 김치를 납품해 왔으나 계약위반으로 해지되더라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김치납품업체는 학교 측에 김치 납품가 인상을 요구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인천시교육청 학교급식 담당 노옥희 사무관은 “계약 당사자가 학교와 김치업체이기 때문에 시교육청에서 중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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